한전에 돈 요구·전달… 뇌물수수·공여 등 혐의 13명도
경찰은 한전 지사장에게 주민위로금 1천700만원을 강요, 이를 주민들에게 전달한 이현희 전 청도서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이 전 서장에게 1천100만원을 건넨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장 등 10명을 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로, 비자금을 조성해 한전 직원에게 돈을 준 시공업체 대표 등 3명을 업무상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지난 7월 송전탑 공사 재개 이후 반대시위로 부상 주민이 늘어나자 한전 지사장에게 치료비 및 위로금 명목으로 3천~5천만원을 요구했다.
시공업체들은 이 전 서장에게 9월 2일 100만원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총 1천700만원을 전달했으며, 이 중 1천100만원은 시공업체가 나중에 보전해주기로 하고, 지사장 개인 계좌에서 인출됐다.
이 전 서장은 경찰 조사에서 “보상도 끝났고 공사도 거의 마쳐 가는 시점이라 명절에 가족들과 편안히 보내면서 경찰을 앞으로 도와달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시공업체는 2009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20여명의 가짜 직원 계좌로 매달 1천~2천만원씩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총 13억9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이 사건은 이 서장이 지역갈등을 해결하고자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한전 측에 요구한 것”이라며 “한전 측이 처음에는 찬성 주민들과 형평성 문제와 선례를 남기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거절했으나, 경찰서장이 압박 수위를 높이자 어쩔 수 없이 돈을 전달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청도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긴급 논평을 통해 “수사결과 검은 거래가 확인됐는데 이제 와서 지역갈등 해결 등을 운운했다는 것은 참으로 가증스럽다. ”며 “그런데도 경찰청은 직권 남용과 뇌물 혐의가 분명한 이 전 서장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청도/나영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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