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찬 명예회장은 어릴 적 포항에 있는 일본인 상점에서 점원으로 일했고, 부친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가 당시 일본에서 `아사히공예사`를 경영하고 있을때 그 회사에서 경리를 맡아보았다. 야간 상업학교를 나와 와세다대학 정경학부를 졸업했고, 부친이 정계로 진출하자 그는 가업을 이어받았다. 그는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췄던 것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하나는 `마라톤경영`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인간중심 경영`이다. 무엇이든 단숨에 결판내려 하지 말고 마라톤하듯 먼 거리를 꾸준히 쉬지 않고 달려가는 경영이다. 그리고 “기업의 핵심은 바로 사람입니다. 사람을 중시하지 않고는 기업의 어떤 첨단 지식도 무가치한 것이 됩니다. 노사가 한 마음으로 뭉칠때 무한한 도약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말을 평생 실천했고, 코오롱은 `노사관계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노사가 대립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로, 코오롱 구미공장의 노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몇몇 기업인 친구들과 `소소회`를 만들었다. 웃으면 젊어진다는 뜻으로, 수시로 만나서 즐겁게 웃는 모임이었다. 이런 자리에는 술이 없을 수 없는데, 그는 술에 약해도 너무 약했다. 한번은 권김에 마지 못해 맥주 반잔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서 집을 못 찾아간 일도 있었고, 소주 한 잔을 마시고는 거의 사경을 헤맬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술을 마시지 않고도 잘 웃었다. 직원들에게도 늘 “어떤 경우에도 적을 만들지 말라”면서 긍정적인 인생관을 심어주었고, 남에게 찡그린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동찬 명예회장의 검약정신은 많은 일화를 남겼다. 50년 신은 슬리퍼를 비서들이 쓰레기통에 버리자 그는 “오래된 물건일 수록 좋은 것”이라며 다시 찾아 신었다. 재벌총수 중에는 검약의 상징들이 많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흑백TV와 낡은 구두를 오래 버리지 않았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해외 출장길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동찬 명예회장도 회식때 으레 갈비탕을 시켰다. 인간을 존중하고, 검약정신을 평생 실천한 그를 우리는 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