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사측, 조기통합 동의서로 직원들을 압박<br> 국감에서 지적받은 부당행위에 변함없어<br> 금융위원장과 국회의원의 권위 농락하는 행위<bR> 권위 흔드는 일방통행 당장 멈추어야
외환은행 사측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조기통합 동의서’를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외환은행 영업본부장들은 각 지점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조기통합 동의서’에 서명을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 이 동의서에는 ‘현 위기상황 속에서 양 행의 조기통합은 최적의 대안이며, 조속한 조기통합 추진에 동의한다.’ 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국정감사에서 외환은행 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직접 지적했던 야당 의원들과 노동계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상황 심화시키는 ‘동의서 서명 압박’, 그 문제점은?
이번 동의서 요구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로, 이는 직원들의 의견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해진 답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설문지 등의 형식으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요구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조기통합에 대한 직원들의 민심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 지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의서 본문에는 양 행의 조기통합에 대한 하나금융지주 측의 입장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의견을 듣겠다는 열린 태도가 아니라, 한 쪽의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닫힌 태도다.
지난 번, 노조 측에서 실시한 모바일 투표를 통해 85% 이사의 직원들이 조기통합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난 상황이다. 이 투표는 직급을 막론하고 무기명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가장 잘 반영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조기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들이미는 사측의 행태는 직원들을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 넣고 있다. 한 외환은행 직원은 “위에서부터 전달된 동의서에 대해 서명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비춰지겠느냐? 이미 답이 나와 있는 동의서 서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동의서에 서명을 하는 것은 직원들의 선택이지만,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서명 요구는 사실 ‘선택’보다는 ‘강요’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 이는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부당노동행위’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외환은행 노·사 갈등은 노동계와 금융권의 큰 이슈였다. 9.3 총회와 징계 등을 두고 경영진 측에서 고용노동부를 사칭하거나 직원들의 총회 불참을 종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분명히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은 “댓글여론조작 등 노조와 직원이 동의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합의를 승인해서는 안 된다.”며 자발성이 결여된 동의에 대한 부당함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사측에서의 동의서 강요는 갑의 위치를 이용한 명백한 직원 압박이다. 한 의원의 지적처럼 자발성이 결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의서를 이용해 추후 직원들이 조기통합에 찬성한다는 분위기를 조성시킬 염려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국감에서 지적받은 사측의 행위들이 다시 한 번 되풀이되며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이러한 사측의 부당한 행위들에 대해 제동을 걸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부당노동행위 자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시정하라.”며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감시를 요구했다. 이에 노동부를 사칭한 외환은행 사측에서 이후 잘못을 인정하는 ‘확인서’를 직접 기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감 이후 사측의 태도는 완전히 돌변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지적을 받은 이후에도 외환은행 경영진과 하나금융지주 측은 직원들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직원들과의 ‘대화’와 ‘합의’를 요구한 금융위원장의 말과는 달리, 갑의 위치를 이용해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하는 행위 또한 명백한 갑의 압박이다. 정부기관과 그 기관의 수장, 국회의원들까지 나선 사항에 대해 드러내놓고 부당한 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노조 측 관계자는 “국감이 진행될 때에는 확인서를 제출하며 잘못을 인정하다가 이후에는 직원들에게 다시 부당한 행위를 저지르며 압박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다는 자체가 이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 며 사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 갈등이 동의서 강요를 중심으로 다시 번지고 있다.
무엇보다 외환은행 사측에서 ‘같은 잘못’을 반복했다는 점이 큰 충격이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문제점들을 또다시 되풀이한다는 점은, 공개적으로 국감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이러한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사측에서 국정감사를 진정한 ‘감사’가 아닌 겉치레뿐인 ‘감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통합 승인의 키를 쥔 금융위원장의 요구까지 묵살하고 통합으로 돌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동 없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사측의 태도가 직원들의 노동권은 물론, 감사기관의 권위마저 흔들고 있다.
/뉴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