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35년 간 일해오던 유아산업이 최종 부도를 맞았다. 연 매출액이 2천억원에 이르고, 국내 건설도급 5위인 강소기업이다. 그런 중견기업이 16억원 때문에 부도를 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국내 건설경기가 얼마나 열악했으면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재 경기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각박하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증명되었다. 포항시가 미래의 포항을 위해 노력한 만큼 지금 당장의 현실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이다.
유아산업 부도의 가장 큰 원인은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이지만, 그외에도 원인이 많다. 동종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서 `꼬시래기 제 살 뜯어먹기`를 하니 아무리 우량 강소기업도 버틸 재간이 없다. 또 대기업들은 `적정가격제`로 입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가격제`를 채택하니, 극심한 경쟁 속에서 업체들은 `밑지는 장사`를 감내하면서 버티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더 이상 밀릴 곳이 없을때, 바둑으로 말하면, `던지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저가격제는 자금력이 딸리는 업체의 탈락과 부실공사의 원인이 된다 해서 적정가격제를 일부 채택하기도 하지만, 대기업들로서는 최저가격이 입맛에 맞을 수밖에 없다.
유아산업의 부도는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 창업주인 박재현 회장은 포항제철소 창업공신이다. 제철소 중앙정비공장의 기능공으로 입사해 박태준 당시 회장의 경영철학을 신봉하며 35년간 기능인으로서 오늘날의 포스코를 만들었다. 그리고 포항시 장학회에 아낌 없이 장학금을 보내는 착한 기업인이기도 하다. 포스코 창업공신이라면 그 `바른 정신`은 이미 믿을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착한 기업`으로 운영돼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우량 강소기업이 경영난으로 부도를 맞았다니, 아쉽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의 기업은 중소기업이 위주이고, 자치단체들은 우량 강소기업 키우기에 많은 열정을 쏟는다. 이강덕 포항시장 또한 시정목표를 강소기업 육성에 맞추고 있다. 그 시금석이 바로 지금 유아산업 회생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경제는 유기체여서 `고리` 하나가 끊어지면 연쇄부도로 이어진다.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만큼 시와 금융계와 상공회의소 등이 서둘러 대책을 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