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조세범 처벌이 엄격하다. 의혹만 제기돼도 장관이 사표를 내고, 고위직 임명 청문회때 가장 엄하게 보는 것이 납세상황이다. 이런 우스개소리도 있다. 관광객 일행이 무인도에 불시착했는데, 일부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는데 일부 사람들은 태연했다. “내가 세금 얼마를 내지 않았는데, 국세청이 반드시 나를 찾아낼 것”이라는 이유였다. “저승까지 따라가서 세금을 받아내는 미국”이란 말도 있다. 미국은 조세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유죄가 확정되면 그대로 패가망신이다. `국가재산 도둑`은 결코 용서받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위직 후보자 청문회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세금관련 의혹이고, 청문회가 시작되면 `안 낸 세금 납부`가 황급히 이뤄진다. “고위직 중 세금 관련 의혹 없는 인사는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란 말까지 나왔다. 직위가 높을 수록, 조세법을 잘 아는 사람일 수록, 세금을 피해가는 행위에 익숙한 것이 한국인데, 우리나라 조세범 처벌법이 그만큼 느슨하다는 뜻이다. 느슨한 만큼 고액·상습 체납자도 많고, 이를 받아내기 위해 조세 당국이 애를 먹는다. 왜 이런 느슨한 처벌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가. 고위층들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고액의 세금을 상습적으로 체납한 자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은 평범한 서민이 아니다. 서민들은 감히 체납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체납 방법도 교활하기 짝이 없다. 위장이혼을 하고는 “위자료로 다 주어서 남은 재산이 없다”고 버틴다. 제3자나 친인척 명의로 재산을 감추고, 고의로 사업체를 폐업하고, 세금계산서 없는 현금거래를 하고, 복지재단 명의로 차명주식을 보유하면서 복지재단 금고에 거액의 현금을 숨겨두고, 해외에 금융계좌를 개설하면 반드시 본국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 의무를 위반하면서 재산을 빼돌린다. 비싼 아파트에 살고 외제차를 타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자, 뻔질나게 외국 여행을 다니면서 재산이 한푼도 없다고 발뺌하는 자 등등 악덕 얌체 체납자들이 조세정의를 망친다.
가택수색, 동산 압류, 출국금지 등 극약처방이 필요하고, 신고포상금과 탈세 제보 보상금을 대폭 높여 국민참여를 조장하는 것도 한 방법인데, 무엇보다 효과적인 것은 미국이나 유럽같은 엄격한 처벌법을 제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