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내분 유발하는 비대위 구성 정당성 있나?‘ <BR>강행과정에서 폭력행위까지 발생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조기통합 문제를 두고 외환은행 직원들과 경영진간의 갈등이 계속 되고 있다. 조기 통합에 결사반대했던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지주와의 대화를 요청하면서 진정 기미를 보였던 상황이, 사측이 직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직원들에게 조기통합 동의서를 작성하게 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꼬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측을 대리하는 위치인 부점장급이 결성한 부점장협의회가 통합과 관련하여 비대위를 구성하는 시도를 하며 노동조합과 충돌을 일으키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빠졌다.
지난 주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외환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 했다. 사측에서 직원들에게 쓰게 한 조기통합 동의서에 대해 79%의 직원들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작성했다는 조사 결과였다. 즉 사측이 동의서를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대화단까지 구성하며 조성된 대화모드는 상견례 자리에서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결렬 된 후 바로 강요 된 동의서 문제까지 발생하며 급격히 얼어붙었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조기통합 비대위 구성을 위한 ‘부점장협의회’ 모임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폭력사태까지 발생하며 갈등은 극에 달해있다. 노동조합 측은 ‘부점장협의회’가 사측의 입장에 있는 부점장급이 모여서 만든 단체인 만큼 이런 갈등 구조를 사측에서 조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외환은행 사측에서는 이번 폭력사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의심을 사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회사 간부와 노조 측의 몸싸움이 발생하며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노조 간부 2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장의 분위기 역시 험악했다고 전해진다. 현장에 있었던 한 외환은행 직원은 “부점장들은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차단막을 무너뜨리며, 직원들에게 행사장에 들어올 것을 요구했고 노조 측 관계자들이 이를 ‘강제 동원’ 이라고 항의하자, 폭력을 행사하는 등 위협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참석한 한 노조 관계자도 “여성 간부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행사진행에는 오히려 관심이 없어 보였고, 시비를 거는 등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모습만 느껴졌다.” 라며 격분했다.
부점장협의회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조직’에 해당한다.
때문에 노조 측은 ‘폭력행위까지 점철되며 노조 측과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사태에 대해 사측이 나서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측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비조합원 신분인 지점장급들이 만든 ‘사조직’이 월권행위와 더불어 폭력까지 행사 하는 것은 사측의 승인 없인 벌어질 수 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위에서 언급된 폭력사태는 부점장협의회란 사조직과 노동조합의 충돌이기도 하지만, 외환은행 간부와 직원간의 충돌이다. 하지만, 사측은 이에 대해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며 노조 측 간부들이 입원한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부점장협의회의 월권과 폭력 행사에 대해 경영진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심을 지우기 위해서 조속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있었던 ‘조기통합 동의서 강요’ 에서부터 이번 ‘비대위 구성 시도’에 이르기까지, 노·사간 대화국면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줄지어 발생하고 있다. 시기상으로도, 정황상으로도 사측의 대화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조 측에서는 “부점장들이 강제로 직원들을 동원하며 하나지주의 홍위병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의심이 확신으로 굳혀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측의 적극적인 해명과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 지금과 같은 태도로는, 직원들과의 대화를 회피하기 위해 하나지주가 계획한 상황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외환은행의 조기합병 승인 기관인 금융위는 대외적으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한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승인을 내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한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조직 금지 공문까지 낸 사측에서, 부점장협의회의 폭력난동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대화 국면이 파탄 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방조로 일관하는 것은, 사측 역시 대화의 의지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금융위가 말한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강요된 동의서 혹은 어용단체를 통한 여론몰이는 아닐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계략이나 모략보다는 정공법이 더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뉴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