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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행정과 혈세 낭비

등록일 2014-12-05 02:01 게재일 2014-12-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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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미술관` 건립사업이 백지화됐다. 대구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집행부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시장이 바뀌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애당초 불확실한 부분이 많았고, 치밀하지 못한 계획 밑에서 추진된 사업이었다. 이우환 화백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찍 일본에서 철학을 전공한 `일본 작가`이고, 물파(物派)를 창시하면서, 자연에 있는 돌맹이 등과 인공이 가해진 철판 등을 배치해서 `철학적 해석`을 붙이는 설치미술의 새 분야를 열었다. 미술계나 부자들 사이에는 그 `가치`가 높을 지 몰라도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철학적 해설을 붙이면 더 황당한 `작품`이었다.

이런 작품이 외국에서 1억원 대 이상으로 팔렸고, 10억원이 넘는 작품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작품내용이고, 작품가격이었다. 김범일 전 대구시장 시절에 이 미술관 건립사업은 시작됐는데, 미술품 구입비가 고작 100억원이 책정됐었다. 그동안 거래된 작품 가격으로 봤을 때 그 정도의 예산은 `입술에 붙은 밥풀`에 불과했다.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꿈은 좋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일을 치밀한 계획 없이 착수한 것이 실책이었다.

이 사업은 대구시민과 대구 화단의 동의 없이 김범일 시장체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된 일이었고, 시장이 바뀌자 시민단체들은 이 미술관 건립을 거세게 반대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일본 작가의 미술관`건립에 막대한 시민혈세를 퍼부을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불거졌다. 그러나 대구시는 올해 4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김 전 시장의 역점사업이어서 향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리 예산을 세워놓자는 뜻이었는데, 시의회가 이런 `안개속 예산`을 통과시킬 리 만무하다. 총사업비 불투명, 콘텐츠 불투명, 참여작가와 작품 확보방안 미정, 화가 자신의 추진의지 부족, 시민단체들의 반대 등이 무산의 직접 원인이었고, 복지예산의 압박에 몰려 지방재정이 빠듯한 현실이 간접 원인이었다.

이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는 동안 실시설계비 22억원이 낭비됐다. 이 쯤에서 사업추진이 백지화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22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시민혈세의 낭비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애당초 엉성한 계획 밑에서, 불투명 투성이로 시작된 사업이었다. 그것은 시장 개인의 꿈이었지 시민들의 꿈은 아니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사업을 시민동의 없이 `시장의 역점사업`이란 이유로 밀어붙인 것은 `민선시대`에 매우 위험한 일이다. 결국 22억원의 혈세만 낭비한 후 백지화됐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만 남았다. 향후 무모하고 엉성하고 일방적 사업 추진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일은 그냥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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