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시장이 “가덕도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쳤고, 대구경북지역은 “무엇으로 보나 밀양이 적지이고, 중앙정부도 공감할 것”이라 하고,“정치적 고려 없이 객관 타당한 결정을 내린다면 밀양이 최적이다”라는 의사를 이미 굳혔다. 그러니 어느 지역도 양보할 수 없고, “중앙정부의 결정에 반드시 따른다”는 합의 같은 것도 무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정황상 불리하다고 판단했음인지, 서병수 부산시장은 `민자 유치론`을 들고 나왔다. 중국의 최대 건설회사 CSCES, 미국의 카지노그룹 `샌즈` 등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의사를 타진받은 후 부산의 독자적인 행보로 돌아설 뜻을 비췄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일이라 국내 기업이 맡기는 어려우니 외국 기업을 끌어들일 모양이나, 이는 국민감정에 맞지 않는다. 당장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가덕도 유치를 성사시켜야 부산시장 자리가 보전된다는 뜻인가”라는 반응이 나온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공항 건설은 국가사업이므로 지자체가 간여할 일이 아니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교통부도 “항공법상 공항건설 주체는 국토부 장관이고, 지자체는 국토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야 사업 시행자가 될 수 있고, 지금까지 지자체가 공항을 건설한 전례가 없다”고 못박았다. 공항이란 국가의 균형발전, 경쟁력, 안보, 통일 등 공공성을 전제로 건설돼야 하는데, 외국 기업을 끌어들여 민자유치로 건설하겠다는 것은 공공성보다 사리사욕이 앞서는 공항이 될 것이므로 국민정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러니 정부가 부산시장의 민자유치 의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입지조사 기준과 기본방향`에 대한 5개 지자체의 `합의`란 것이 말은 쉽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 `합의`가 나오면 입지에 대한 윤곽은 드러나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그것이 어떻게 용이하겠는가. 결국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세월만 보낼 공산이 크다. 엄청난 복지예산에 눌려 허덕이는 정부가 다시 엄청난 예산이 드는 신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다. 증세나 국채로 할 수도 있으나 그것도 여론의 악화를 불러올 것이다. 결국 신공항은 항상 `대선 공약용`으로 이용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