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교복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초등학교를 나와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복 입고 가방 들고 학교 다니는 학생들이 너무 부러웠다”고 회고하는 사람이 많았다. 보릿고개 시절,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국민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하루 한끼나 두끼로 버티는, 이른바, `절양국민(양식 떨어진 국민)`이 많아 정부가 보리쌀을 나눠주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어떤 사람은 교복 입고 학교 다니고, 어떤 사람은 지게목발 밑에 뼈가 휜다”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런 어렵던 시절의 교복이었으니,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교복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며, 경주를 여행하는 고령층들이 옛 교복을 입고 그 시절 수학여행 기분을 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이 (사)경주문화원 진병길 원장이다. 교복은 경북도와 경주시가 지원해서 만들었고, 추억의 수학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곧 선풍적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노인들이 교복을 입고 타임머신을 탄 것이었다. `주번` `반장` `선도` `규율`같은 글을 써넣은 완장을 팔에 두른 `학생`도 있고, 밤에는 `단속반`이 각 방을 돌며 술판이나 화투판을 벌이는 `학생`들을 적발해서 벌금을 받기도 했다.
그 추억의 교복은 지금 많이 진화하고 있다. 수학여행때만 입는 교복이 아니라 평소에도 착용하는 교복이 된 것이다. 포항시의 평생학습원이 운영하는 `신중년사관학교` 학생들이 상시로 입고 수업을 받는 교복이 바로 그것이다. 사관생도들의 복장을 모티브로 만들었고, 교모도 베레모에 모표를 달아서 사관생도 다운 멋을 냈다. 이 복장을 하고 경주 봄소풍을 갔을 때 `집중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 포항 양포교회 목사인 김진동(48) 교장의 아이디어였다. 이 사관학교의 수업내용도 국어, 정보통신, 생활체육, 실용음악, 응용미술, 외국어 등 6개 과목이고, 수업방식도 현장 위주로 흥미롭게 진행된다. “나이 들면 외로워진다”는 말도 있지만, 이 사관학교 학생들은 외로울 틈이 없다.
김 교장은 “포항을 노인새마을운동 발상지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노인새마을운동`, 멋진 생각이다. 노인 인력을 보람 있고 유용한 인적 자원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바로 노인새마을운동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