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좋은 의대생들은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에 몰린다. 국가 발전에 기여할 기초과학·기초의학은 안중에 없고, 그러니 노벨 의학·과학상과는 멀어진다. 당장 돈만 잘 벌면 되는 것이지, 노벨상 같은 것은 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 험한 역사를 살아온 한국인들의 가치체계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IMF를 거치면서 치과대학과 교육대학이 뜨게 되었다. IMF를 가장 모범적으로 졸업했지만 그 상처는 깊이 남았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 병원에서 엽기적 사건이 있었다. 마취된 환자가 수술대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의사와 간호사·조무사들이 생일잔치를 벌이고, 가슴조형물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장면이 공개됐다. 한 간호사가 이런 장면을 찍어 자랑스럽게 SNS에 유포한 것이다. 수술실의 파티와 회식은 일상 있는 일이라 한다. 여기에도 법의 맹점이 있다. 이런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딱 부러지는 금지규정이 법에 없다. 위생에 가장 철저해야 할 수술실에 음식을 들여와 수술 중에 파티를 열었는 데, 금지규정이 애매모호하다니, 이것은 상식 이하다.
매스를 든 의사가 만취상태에서 수술을 하다가 보호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일도 있었다. 상식이하의 행동이다. 당연히 의사자격을 박탈해야 할 일이다. 폐결핵에 걸려 기침이 잦은 의사가 신생아실에서 근무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일으켰다. 병균에 대한 저항력이 극히 미약한 신생아들이 결핵균에 노출됐다. 상식 이하의 일이다. 그런데도 처벌법이 명확하지 않다니, 과연 의사 천국이다.
동화약품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정부합동수사단은 제약회사와 의사 사이의 검은 고리를 발표했는데, 의사가 사는 주택의 월세를 대신 내주고, 루이비통 명품 지갑을 선물하고, 현금을 의사 계좌에 넣어주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 자사 제품을 더 많이 처방해주면 더 많은 리베이트를 주었던 것이다.`의료인의 윤리`는 사라진지 오래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같은 것은 잊은지 오래다. 미국에서는 의과대학에서 인성교육을 시작했다. 미국도 의사의 윤리가 문제되는 모양이다. 우리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더 이상 방치돼서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