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반기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후반기에는 통진당이 해체되었다. 좌우 이념대결의 역사 70년을 지나온 우리 분단국가에서 종북좌파 정당이 헌법재판소의 법률적 판단에 의해 해산되고, 소속 국회의원 5명이 의원직을 박탈당한 일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당연히 파장이 높게 일기 마련이어서, 헌재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반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황교안 법무장관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헌법의 적(敵)으로부터 헌법을 보호한 결단”이라 했고,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낸 역사적 결단”이라고 논평했다. 통진당이 추구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과 맥을 같이한다고 본 것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우리에 대한, 또 하나의 극악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남조선이 유신독재시대로 회귀했다”고 비난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참혹하게 짓밟은 전대미문의 극악한 대정치 테러사건”이라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담을 퍼부었다. 오랜 세월 공들여 한국에 구축해 둔 `남조선 혁명 교두보`가 무너졌으니 입에 거품을 물 만도 하다. 전 통진당 간부들은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뒤에서 코치하는 원로 좌파들과 원탁회의를 하고, 민주화의 성지를 찾아다니며 `유신독재 회귀와 민주주의 파괴`를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 국민 대다수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란 헌법질서를 존중하고, 태극기와 애국가를 지키며, 법치주의와 시장경제를 준수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가슴에는 “더 이상 종북 좌파에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결의가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북한의 3대 세습독재와 인권 침해와 헐벗고 굶주린 민생고를 우리는 잘 보고 있으니 결코 그 정치체제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경제가 최우선이다
지난해 말부터 기업들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매출 상위 300대 상장기업의 근로자들이 대거 퇴직했다. 고용을 늘려도 시원찮을 상황에서 상반기에 2만여명이 옷을 벗었고, 지금도 명예퇴직자들은 줄을 잇는다. “돈을 쌓아두고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는 무거운 세금을 매기겠다”고 정부가 엄포를 놓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를 혁파하지만 퇴직행렬은 멈추지 않는다. `고용의 경직성과 귀족노조`를 문제 삼으며 외국 투자자들도 외면한다. 얼키고 설킨 장애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올해도 꾸준히 진행돼야 하겠다.
다행히 포항지역에는 중국 2개 그룹이 둥지를 틀게 됐다. 유진그룹이 투자를 결정했고, 다시 중장비 업체인 태부그룹도 철강단지의 장점을 감안해서 포항에 중장비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포항의 철강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300명에 달하는 고용이 창출된다. KTX 포항역 설립, 포항~울산간 산업고속도로과 함께 포항의 미래는 장미빛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동해중부선 건설과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가 이뤄지면, 동해안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거점도시가 된다. 러시아의 철광석과 가스·석유 등이 북한 나선항을 경유해 한국에 들어오고, 한국의 물화가 북한을 거쳐 유럽으로 가게 되는 날 “통일은 대박”이란 말이 실감 날 것이다.
새해에는 기업가문의 `악성 甲질`이 사라졌으면 한다. 고생 없이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3세·4세들이 제왕적 권력을 전횡하는 바람에 우리 기업의 국제적 이미지는 실추되고, 그 때문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국격의 추락을 호되게 경험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딸이 항공사 부사장직과 여러 개의 잡다한 자리를 차지하고 악성 갑질을 한 탓으로 대한항공은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이 오명을 벗으려면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다. 인격적 성숙이 멈춰버린 재벌의 후손들이 자신의 기업과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성공한 글로벌 기업 `발렌벨리 가문`의 경영철학은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다”이다. `군림`하지 않음으로써 세계적인 기업이 된 것이다.
양은 평화의 상징이다
산기슭에서 수천 두의 양떼가 풀을 뜯는 장면은 바로 `평화의 상징`이다. 흰 비들기와 함께 흰색은 평화의 색이다. 올해 을미(乙未)년은 양띠중에서 청양띠 해라 한다. 청색은 진취적 생동감을 상징하므로 `양의 느림`을 보완하는 기능도 한다. 양은 무리지어 살면서도 서로 다투는 법이 없다. 개 한 마리가 수백두의 양떼를 `양몰이`할 정도로 온순하다. 양은 예로부터 천신에 제사드릴때 희생양으로 쓰였다. 가장 깨끗한 동물의 피가 신에게 바쳐진 것이다. 양은 갔던 길을 반드시 되집어 돌아오므로 정직과 정의의 상징이다. 그래서 양띠해에 태어난 사람은 온순하고 정의롭고 잘 양보한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통일준비위원회는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전화통지문을 보냈다. 남북의 관심사 전반을 다 논의할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모임`을 갖자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5·24조치,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상봉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안면에 막힌다”는 속담도 있는데, 자주 만나서 대화하는 속에서 신뢰가 쌓인다. 남북간에는 깊은 불신의 골이 가로놓여 있는데, 이를 해소하지 않고는 평화통일의 길이 줄어들지 않는다. 올해는 양떼 처럼 다투지 않고 운순하고 정직하고 서로 양보하며 신뢰를 쌓는 그런 평화로운 을미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