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언론도 몇몇 비판 위주의 것이다. 제도권 언론은 `정부 나팔수`라 생각하고, 반체제적 언론을 더 믿는다. 해방 이후 좌·우 정치이념의 대결 속에서 만들어진 갈등상황이 긴 꼬리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서산대사의 시에 나타난 `눈밭 위에 남겨진 발자취`라는 달갑지 않은 유산이다. 게다가 좌파정권 10년이 길러놓은 `이념적 유산`이 단단히 둥지를 틀고 있으니, 젊은세대들의 안티(anti)는 매우 견고하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2030세대들의 대북관이 달라지고 있다. 오준 주 유엔 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 연설이 그들을 변화시켰다. “우리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며 가슴이 찢어지고,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같은 비극을 겪은 듯 눈물을 흘립니다. …훗날 우리가 오늘을 되돌아볼 때 북한 주민들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대사들도 많았고, 연설내용이 SNS를 타고 전달되고 동영상이 나돌자 2030세대들은 “북한 주민의 아픔에 우리가 너무 무심했던 것을 반성한다”는 댓글을 다투어 달며, `오준 대사 신드롬`을 확산시키고 있다.
요즘 TV에 탈북민들이 `중요한 손님`으로 등장한다. 북한에서는 “많은 돈을 받고 방송에 나와 거짓말만 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왜 목숨을 걸고 그 험난한 탈북의 길을 선택했겠는가. “굶어죽는 것보다는 탈북이라도 해서 살 길을 찾아보자”고 했던 `마지막 카드`가 아니었겠는가. 시청자들은 그들의 말을 다 믿는다.
북한은 지금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폐쇄체제 속에서 비밀주의로 지탱하던 정권이 지금 `노출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SNS의 발달은 비밀주의를 깨는 쇠망치다. 김정은은 군부대를 방문하면서 “미제 침략자를 박멸하라”고 지시하지만, 집무실에는 미국 애플 컴퓨터가 있고, 김일성·김정일 장례식때 이용한 영구차가 미제 링컨컨티넨탈이었다. “(핵미사일)로 미국 심장부를 공격하고, 다 부숴버리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속으로는 미국이 손을 내밀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맹국이었던 쿠바까지 미국과 손잡은 마당에 북한의 고립감은 깊어만 간다. 우리 젊은이들이 북한의 이같은 딜레마·갈등·모순까지 이해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