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상징하는 두 단어는 패(貝)와 양(羊)이다. 貝는 원시시대 조개를 돈으로 사용했던 데서 유래한다. 진(眞)자에는 貝자가 들어가고, 의(義) 선(善) 미(美)자에는 羊자가 들어간다. `진·선·미·의` 모두 貝와 羊이 핵심이다. 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던 중국이 이제 羊을 찾으려 한다. 올해 을미년은 양띠해이니 시의적절하기도 하다. 양은 평화의 상징이고, 신에게 제사 드릴때 쓰던 신성한 희생제물이다.
북한은 싫어도 중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가끔 삐걱거리기도 한다. 등소평 주석이 개혁개방을 선포할때 김일성 주석은 “난장이 똥자루만한 것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인다”고 대놓고 욕을 했다. 김정일도 김정은에게 “중국놈들 말 듣지 마라. 시시때때로 개방하라 하고, 핵무기 만들지 말라고 협박한다” 핵무기 때문에 북한은 중국의 눈밖에 났다. 그러나 북한이 굶어죽지 않으려면 중국의 넘치는 곡물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의 제재가 거세질 수록 중국와 러시아는 북한의 `숨구멍`이다. 미우나 고우나 `사회주의 맹방`이다.
양띠해의 남북관계는 이미 훈풍이다. 5·24조치에 변화가 오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 총격과 천안함 폭침 이후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신규 투자 금지`등을 단행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대화속에서 (5·24조치를) 저절로 녹여낼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돌려 해석하면 `협상카드`로 쓰겠다는 뜻이다. 이산가족상봉, DMZ 평화공원,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5·24는 유익한 카드이다. 돈이 급한 북한에 이보다 좋은 제안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국제사회가 “남북이 협상을 통해 해결하라”고 압박하는 현실에서 북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미 정부는 민간단체를 통해 30억원 규모의 식량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북한의`자존심`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체제문제·인권문제·핵문제는 북한의 아킬레스근이다. 자존심을 건드리면 주고도 고맙다 소리 못듣는다. 중국은 이것을 건드렸고, 러시아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나선-하산`이 열렸다. 북한의 문제를 `압박`으로 풀려하면 당연히 반발한다. 중국이 스스로 변하듯 북한도 스스로 변할 길을 자연스럽게 열어주는 것이 좋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백해무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