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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전용 구제역 백신 개발을

등록일 2015-01-09 02:01 게재일 2015-0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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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인 2011년은 끔찍했다. 구제역이 전국으로 번졌고, 살처분비와 농가 보상금으로 무려 4조원이란 국민혈세가 나갔다. 뿐만 아니고 나라의 품격이 엄청나게 추락했다. 아무도 한국산 가축을 수입하지 않았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속담 그대로였다. 이 안팎의 불행은 가축전염병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결과였다. 그런데 지금 그 악몽을 떠올릴 상황이 또 벌어지고 있다. 충북, 경북, 경기 등 35곳으로 번지고 있으며, 이미 3만 두에 가까운 돼지가 살처분됐고, 소도 무사하지 않음이 밝혀졌다.

예방접종을 했음에도 왜 이렇게 되는가. 백신에 불신의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 전문가에 따르면, 백신은 애초 소를 위주로 개발됐기 때문에 임상실험 결과 돼지는 소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소에 접종했을 경우 항체가 만들어지는 비율이 95%이나 돼지의 경우 60% 안팎에 그쳤다고 한다. 양돈농가들은 “러시아에 돼지 전용 구제역 백신이 있는데, 정부가 수입허가를 신속히 내지 않았다. 정부는 소를 대상으로 개발한 구제역 백신만 국내에 들여오도록 허가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양돈농가는 또 정부가 권장하는 예방접종 방법에도 불만을 표시한다. “생후 8~12주 된 새끼 돼지의 목에 주사하라”고 했는데, 마구 날뛰는 새끼돼지를 잡는 일도 어렵지만, 목에 주사하면 염증이 생길 수도 있어 상품성이 떨어진다. `목살`은 삼겹살 다음으로 인기 품목이다. 약품 설명서에는 `근육주사용`으로 돼 있으니, 편하게 엉덩이에 주사하면 될 일인데, 왜 굳이 목주사냐. 현실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탁상공론이나 하는 정부의 태도가 늘 문제다.

지난 6일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 안성에서 한우가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면역력이 약한 소 한 마리가 걸렸지만, 나머지 46 마리는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는다. 소에게는 백신 효과가 있으므로 다른 농가에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한다. 농민을 안심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런 안이한 자세가 불러올 결과에 대한 우려는 불식되지 않는다. 전파 속도가 2011년 못지 않게 빠르기 때문인데, 늘 뒷북이나 치는 늑장 정부가 그 전파속도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이다.

스텐드스틸(Standstill)도 고려해야 한다.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가축과 수송차량, 수의사, 방역사, 인공수정사 등의 이동을 48시간 제한하는 조치이다. 지난해 1월 20일 AI가 확산되자 사상 처음 이 조치가 내려졌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돼지 전용 백신을 재빨리 수입하거나 신속히 자체 개발하는 일이다. 모든 불행한 사태는 준비부족에서 온다. 준비와 대응을 소홀히 한 담당자를 엄히 문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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