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일본풍은 비판의식 없이 오랜 세월 지속됐는데,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잠시 교복자율화가 시행되다가 “교복을 입히지 않으니 학생 일탈이 심하다”고 해서 교복제도를 다시 시행하게 됐다. 그러나 교복의 형태가 확연히 달라졌다.`신사복 교복`이 나타난 것이다. 여학생들의 교복도 큰 변화를 보였다. 과거에는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풍성한`교복이 강요됐으나 새로운 교복에는 그런 `규제`가 사라졌다.
1990년도 이후 남학생들도 머리를 길렀다. 과거에는 모두 빡빡머리였는데, 그것도 일본풍이었다. 이른바 두발자유화와 교복자율화가 동시에 온 것이고, 학교 마다 개성있는 화려한 교복을 선보였다. 대기업들이 교복시장에 눈독을 들인 것도 이때부터다. 엄청난 규모의 교복시장을 그대로 둘 리 없었다. 젊은 연예인을 동원해 맹렬히 홍보활동을 펼치면서 이른바 `브랜드 교복`이 등장했다. 좋은 천으로 잘 만든 이름 있는 회사의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나타났고, 이는 학생과 학부모의 허영심을 자극했다. 홍보활동이 맹렬한 만큼 교복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결국 `빅3`만 남아 전국의 교복시장을 분할하고, 중소업체는 설 곳이 없어졌다.
“학생은 검소함을 몸에 익혀야 하며, 교복은 검소의 상징이다”란 애초의 교복도입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서민층들은 자녀 교복 마련에 허리가 휘었으며, 당연히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부유층과 서민층의 위화감은 교복으로 인해 심화되었다. “이것은 교육적이지 못하다”란 반성이 일어나면서 교육당국은 교복값 인하와 위화감 해소에 집중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교복물려입기, 교복은행, 교복재활용, 교복도깨비시장 등 다양한 방법이 고안되었고, `교복 표준모델 도입과 일괄구매``공동구매`가 시행되었으며, 대기업의 브랜드경쟁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높아졌다.
마침내 교육부는 지난해 7월 “2015년 신입생부터는 전국 국·공립 중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를 통해 교복을 구매하도록 한다. 교복 가격 상한선도 규정한다”라는 교복정책을 발표했다. 이것은 교복가격 인하와 위화감 해소와 학생들의 검소한 정신 함양이 그 목표였다. 자녀들에게 비싼 교복을 사주는 것이 자식사랑이 아니고 검소한 정신을 길러주는 것이 진정한 가정교육이다. 교복은 사치의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