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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모독과 최고 존엄

등록일 2015-01-12 02:01 게재일 2015-01-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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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을 `악마의 시`라고 한 소설가가 이슬람 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평생을 숨어 살았다. 아무나 신성모독자를 죽여도 살인죄가 되지 않는다. 콩쿠르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미셀 우엘벡(56)이 소설 `복종`을 출간해 나라를 발칵 뒤집었다. 이슬람 교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프랑스에 닥친 변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은 대학교수는 해고당하고, 여자들은 남자의 허락을 받아야 외출할 수 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무슬림을 `혈관속의 혈전`이라 하고, 이슬람을 “가장 어리석은 종교”라 했다가 고발을 당했다.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마호메트를 조롱한 만평을 실었다가 파리 사무실이 화염병 공격을 당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만화를 게재했다가 엄청난 테러를 당했다. 복면 괴한들이 사무실에 난입해 10여분 간 총기를 난사, 만화가, 담당 기자 12명이 조준사살을 당하고 10여명이 총상을 입었다. 테러범들은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고 “선지자에 대한 복수를 했다!”고 소리쳤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신성모독자에 `사형집행`을 한 것이다.

프랑스에는 `관용주의`라는 전통이 있다. 어떤 주의주장도 모두 용인한다. 캄보디아 국민 3분의 1을 죽인 `폴 포트`도 프랑스에서 원시공산주의를 배웠다. 모택동 밑에서 문화혁명을 주도한 주은래도 프랑스 유학파였다. 이슬람 이민자들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도 프랑스다. 9·11테러를 당한 미국은 지금 이슬람을 극히 경계하는데, 프랑스도 이번 사태 후 관용주의를 계속할 지 의문이다. `샤를리 엡도`의 풍자만평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고,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복수`도 계속될 것이다. 이런 일이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세계의 숙제가 될 것이 걱정이다.

이슬람 교주의 신성과 비슷한 것이 북한의 `최고존엄`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체계가 무너지면 나라가 거덜나는 것 같이, 세습독재국가에서 최고존엄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 체제가 위험하다. 그래서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최고로 가혹한 복수가 가해진다. 미국 영화가 김정은을 웃음거리로 만든 것도 신성모독인데, 그의 암살을 주제로 했으니, 北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곧 사이버테러가 있었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언급했다. 사이버테러는 21세기의 새 전쟁 개념이다. 국가 사회를 일시에 마비시키는 무서운 전쟁이다.

지금 대북전단이 새 국면을 맞았다. 쵸코파이가 북의 체제를 위협하는 정도인데, 각종 물품이 들어 있고, 북한 실상이 적힌 전단지가 들어 있는 풍선의 파괴력은 대단할 것이다.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것은 실익 없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킨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남의 아킬레스근을 다치는 것은 관계악화만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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