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귀는 온통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쏠렸다. `청와대 인적 쇄신`을 대통령이 단행하는가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여야 정치권은`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의 교체`를 요구했다. `정윤회 문건파동`에서부터 `김영환 항명`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인적 쇄신과 국무총리 경질, 정치권과 청와대의 소통을 맡을 정무장관직이 신설돼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도 “국민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면서 국민 여론을 우회적으로 끌어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원칙은 너무나 견고했다. 김기춘 실장은 여러번 사의를 표명했으나 중요한 일을 마무리지을 때까지 남아 달라고 부탁했고, 부속실 3비서들은 아무 과실 없이 충실히 일을 잘 하니 해임할 이유가 없다고 했으며, 정윤회씨는 전혀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고 아무 잘못도 없는데, 정치권과 언론이 찌라시 수준의 의혹을 만들냈다고 했다.`조작된 여론`에 휘둘려서 `국면전환용이나 모양내기`식의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과거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의심나면 쓰지 않고, 썼으면 의심하지 않는다”란 인사원칙을 고수했다. 그 원칙이 오늘날 삼성반도체를 세계1위로 올려놓은 힘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란 중국 고사가 있다. 3사람이 한 목소리로 “저자거리에 범이 나타났다”하면 없던 범도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중국 고대 전국시대에 위나라 혜왕이 태자를 조나라에 인질로 보낼때 충신 `방총`을 딸려보냈다. 떠나기 전날 방총은 왕을 만나 “소신이 조나라로 가면, 숱한 신하들이 저를 헐뜯을 것이니 부디 현혹되지 마십시오”라고 부탁하면서 삼인성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역시 헐뜯는 자들이 너무 많았고 왕도 그 말을 들어 총애를 거두었으며, 태자가 고국으로 돌아올때 방총은 조나라에 그대로 남았다. 위나라 대신들은 정적 한 사람을 그렇게 제거했던 것이다.
법학용어에 `전문증언`이란 것이 있다. 법정은 직접 본 것만 증거로 채택하고, `전해들은 말`은 제외한다는 뜻이다. 뜬 소문이나 의혹이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악마증명`이란 말도 있다. 악마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악마를 봤다 하는 증언을 하면 악마도 생긴다는 뜻이다. 독일 나치 선전상 괴벨스는 “99%의 거짓에 1%의 진실을 섞으면 진실보다 더 힘센 진실이 된다”고 했다. `유언비어·의혹의 힘`이 그렇게 강력하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여론재판에 휘둘리지 않았다.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내치면 누가 내 곁에서 일하겠느냐”는 말로 모든 논란을 덮어 버렸다. 그때문에 지지도가 다소 하락했지만, 대통령의 견고한 인사원칙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흔들리지 않는 대통령의 소신인사`는 후세가 평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