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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담긴 미술전시회

등록일 2015-01-16 02:01 게재일 2015-0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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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도화서의 화공(畵工)이 외교사절단에 포함돼 있었다. 사역원의 역관(譯官) 외에 화가들이 왜 사절단에 끼었는가. 오늘날에는 전속 사진사들이 따라가지만, 옛 시절에는 화가가 이를 대신했던 것이다. 당시 화공들은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 본 장면을 잊지 않고 잘 기억했다가 그대로 종이에 그려내는 재주를 가졌으니 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령 일본에 갔던 화공이 수차(水車)를 그려 재현했고, 중국을 다녀온 화공이 거중기(擧重機)를 그려 그대로 만들었다.

화공들은 또 왕이 보고 싶어하는 곳을 그림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왕이 궁궐을 비워두고 멀리 행차하기 어려우니 그림으로 대신했던 것인데, 가령 퇴계 선생이 은거해 있던 토계의 풍광을 보고 싶은 왕을 위해 안동의 경치들을 그린 일, 겸재 정선이 청하 현감으로 내려와 내연산 폭포를 열심히 그렸던 것도 그와 같은 목적이 내포돼 있었다. 결국 화가들은 역사를 그렸던 것이다. 오늘날 청하현청과 주변 산들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그림이 겸재가 그린 `청하현청도`한 장이다.

대구와 포항에서 `역사가 담긴 미술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13일부터 2월 15일까지 `2015 소장작품전`을 여는데,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동·서양화, 서예,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경주 출신의 손일봉, 대구 출신의 이인성과 배명학과 김수명과 서석규, 부산 근대미술의 대표적 화가 김종식, 독일 유학파이고 동·서양미술의 접목을 시도했던 김수평 등의 작품들이 내걸리고, 생존해 있는 원로 작가의 작품 등 총 50여점이 전시된다. 그러므로 이 미술전은 `한국 현대미술사`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으며, 변화하는 시대적 특징이 잘 표현돼 있어서 `미술로 쓴 역사`라 할 수 있다.

한편 포항시립미술관은 15일부터 3월 29일까지 한국 수채화의 거목 이경희(89) 화백의 `영일만 풍경전`을 마련했다. 이 화백이 1940년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포항을 주제로 그린 클렉션 53점이 선보이는 것이다. 이번 전시 작품은 그가 지난해 10월 포항시에 기증한 작품들이고, 포항의 현대사와 수채화의 역사를 담아 내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포항의 부두`는 1949년 국전 첫회에 특선한 작품이고, `포항 대보 갈치배`는 어부들의 일상을 긍정적 시각으로 표현했다.

이 화백은 구룡포항, 죽도시장, 송도해수욕장 등을 경쾌한 붓질로 그려냈고, 건강한 삶의 모습을 따뜻한 시각으로 나타냈다. 그의 수채화 속에는 포항의 현대사가 충실히 담겨 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해마다 지역출신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전시하면서 지역미술사를 완성해가고 있다. 시민들이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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