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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는 언제나 乙이다

등록일 2015-01-21 02:01 게재일 2015-0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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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동시 옥동의 한 골목길에서 승용차가 어린이집 정문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다행히 다친 어린이는 없었지만 화단 등 시설물이 파손됐다. 이 사고는 마주 오는 다른 승용차와 충돌하면서 발생했고, 내리막길이라 평소 차량들이 과속을 일삼는 곳이라 한다. 그런데도 과속방지턱 조차 없었다.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인근 도로에서 차량들은 반드시 일단정지해서 좌우를 살핀 후 최저속으로 통과해야 한다는 교통규칙은 세계 공통규범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지키지 않는 나라다.

구미시에서도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어린이들을 학대한 혐의를 잡고 경찰이 조사중이다. 이는 부모가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알려진 일이며, 경찰은 CCTV가 없는 화장실에서 아이를 때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 보육교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대다수 아이들과 부모의 진술이 일관돼 교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감시 사각지대를 아이들은 `도깨비방`이라 부른다는데, CCTV를 아무리 의무화하고, 부모가 요구하면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법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도깨비방이 있는 한 무용지물이다. 보육교사에 대한 교육·연수·인성함양 과정이 필요하고, 교사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보수를 현실화해야 한다.

안동 Y초등학교가 신입생 예비소집 과정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주소별 줄세우기`를 해서 물의를 일으켰다. 학교 주변에는 아파트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 아파트에도 차별이 있다. 고급 대형 아파트도 있고, 소형 임대아파트도 있다. 아동들을 주소별로 모이게 하면, 가난한 집 아이들과 부자집 아이들을 분리해서 줄을 세우게 된다. 외국에서는 유색인종을 차별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정형편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나라다. 부자집 아이들은 가난한 집 아이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쟤들은 임대야”라며 무시하고 따돌린다. “없이 사는 것도 서러운데, 초등학교 입학때부터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는 탄식이 나온다. 아이들은 “우리도 큰 아파트에 가서 살자”고 부모에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학교에서는 반 배정 등 업무상 효율을 위해 이렇게 한다지만, 그것은 학교의 편의만 생각하고, 아이들과 학부모가 입을 마음의 상처를 고려하지 않은 단견(短見)이다. 학부모는 당연히 행정당국에 항의했고, SNS상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이 봇물을 이뤘다. “가난은 불편할 뿐 수치가 아니다”라는 말도 있지만,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아이들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한참 후진국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보내는 것을 `인질`로 표현하기도 하고, “학부모는 언제나 乙이다”란 말도 있다. 어린이 학대는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다. 교육선진국의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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