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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미술관` 왜 안 되나

등록일 2015-01-23 02:01 게재일 2015-0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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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본성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인색하고 `죽은 사람`에게는 관대한 모양이다. 유럽 인상파 화가들 대부분은 살아 생전에는 무시당하면서 가난 속에서 간신히 화업(畵業)을 이어갔으나 타계한 후 빛을 보았다. 당시의 `아카데미 미술`에서 벗어난 화가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백안시 당했기 때문이다. 대표적 화가가 밀레, 고흐 등이다. 그러나 그들이 세상을 떠난 후 그림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생전에 빛을 본 사람은 피카소 등 몇 안된다.

그러나 프랑스나 독일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관대하다. `미라보 다리`의 시인 아폴리에르, `로렐라이 언덕`을 노래한 시인 하이네 등은 생전에 빛을 보았다. 미라보 다리와 로렐라이 언덕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했던 시인, 작곡가, 화가들은 당시에도 사랑을 받았고, 그들의 작품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 각급 학교 교과서에 실렸으며, 오늘날 미라보 다리와 로렐라이 언덕은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그것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미라보다리는 센강변의 많은 다리 중 하나에 불과하고, 로렐라이 언덕도 라인강변의 평범한 언덕이지만, 예술인들이 이를 다루고, 국가적으로 홍보한 덕분에 `세계적인 명소`가 된 것이다.

대구에서는 지금 고 김광석 마케팅이 한창이다. 수성구 방천시장 부근에서 태어나 어릴때 살았던 곳이다. 살아 생전에는 평범한 가객이었지만, 의문의 죽음을 한 후 애도의 물결이 일었고, 방천시장 한편의 골목을 `김광석 골목`으로 만들고, 음악회를 수시로 개최하는 등 `평범한 골목`이 관광명소로 변하고 있다. 야외공연장에서는 22일`영원한 가객 김광석 탄생 51주년 기념콘서트`를 열었다. 다음달 초에는 경북대 대강당에서 `김광석 다시 부르기`전국 투어 콘서트가 열린다.

대구시민들은 미술적 관심과 안목이 높다. 인구에 비례하면, 서울보다 대구시민들이 미술관을 찾는 빈도가 높다. 대구미술관 개관 3년 7개월만에 누적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고, 올 연말까지 1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관객 108만명보다 많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우환 미술관`을 무산시켰다. 공감대가 크게 떨어지고, 작품가격이 너무 높았다.

지금 경주시에서는 `박대성 미술관`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의 작품은 공감대가 높아서 누가 봐도 미술적 감동을 얻을만 하다. 그러나 명칭을 `솔거미술관`으로 하고, 지역 미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할 공간도 따로 마련하려 하자, 박 화백은 이에 반대하면서 작품 670점 기증의사도 접겠다고 한다. 경주시가 독특한 화풍을 가진 화가 한 사람을 지켜냈다는 명예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화가가 경주에 정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화가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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