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본점에서 점심시간 이용해 ‘중식집회’ 활동 이어져…<br> 경영진 측 집회 방해에 노조 측 ‘엄연한 부당노동행위’ 반발
외환은행 직원들의 중식집회를 두고, 노사 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외환은행 본점 직원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회를 벌이고 있다. 계속되는 노‧사 간 대화 난항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지주가 통합 작업을 강행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비록 한정된 시간을 쪼개서 집회에 참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직원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중식집회에 참여한 한 외환은행 직원은 “하나지주가 공개토론회에도 불참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마당에, 직원들의 의사를 어떻게 전할 방법이 없다. 점심시간을 할애해서라도 의견을 전할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며 계속해서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동안 외환은행 조기통합에 대해 제대로 된 대화가 부족했다는 점은, 행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노조 측의 대화 제의에 사측에서 ‘무리한 요구, 소모적 대화’라는 표현으로 번번이 퇴짜를 놓은 까닭이다. 이에 노조 측에서 ‘통합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어보자’며 공개토론회까지 준비하였으나 하나금융지주는 모두 불참하며 대화를 거부했다.
이처럼 아직 노사 간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측은 통합일정을 강행하며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 이는 올해 초 금융당국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전환한 것과도 맞물린다. 본래 금융당국은 ‘노사 간 합의 없이는 외환은행 조기통합 승인도 없다.’는 의견을 수차례 밝혀왔으나, 지난 1월 갑작스럽게 이를 변경했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 하나금융지주는 금융위에 통합 예비 승인신청서를 제출지만, 이는 외환은행 노조와의 합의가 담기지 않은 반쪽짜리 신청서다.
때문에 외환은행 내에는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퍼져있다. 집회를 통해서라도 직원들의 목소리를 전해야한다는 목적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경영진 측에서 ‘중식시간 준수’, ‘근무기강 확립’이라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이를 저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측 고위 관계자는 ‘사측에서 집회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언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중식집회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점심시간을 쪼개 참여하는 정당한 활동이다. 정당한 노동 권리마저 탄압하면 어떻게 하나는 소리냐.”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외환은행 사측은 이미 ‘부당노동행위’로 큰 망신을 당한 전례가 있다.
지난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사측이 ‘고용노동부를 사칭하여 직원들의 집회를 방해했다.’며 그에 해당하는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또한 집회에 참석했던 900여 명의 직원들에게 무더기로 징계를 예고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았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공개적으로 불명예스러운 잘못을 벌인 사측에서 또다시 비슷한 행동을 이어갔다는 것은 분명 큰 문제다. 반성은커녕, 직원들의 정당한 노동권을 탄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막무가내식의 ‘일방통합’도 문제지만, 더욱 문제는 이를 무마시키려는 사측의 태도다. 이대로라면 하나지주가 주장하던 ‘화학적 결합’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뉴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