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로 통칭되던 수도권이 이제 충청도와 강원도까지 합류하면서 수도권의 비대화는 가속화된다. 위기감을 느낀 영·호남 비수도권은 연이어 `공룡과의 대결`을 선언하고 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국토불균형은 심화될 것이고 비수도권의 고사(枯死)를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든 것이다. 그래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극력 반대하면서, 지방정치를 자치(自治)란 말에 맞게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방자치 20년이 흘렀지만, 자립과는 거리가 멀다. `수도권 중심사상`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에는 영남권 5개 시도지사협의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언명한 것에 대해 항변하기 위함이었다. `규제단두대`도 좋지만, 지방을 희생양으로 삼는 수도권규제완화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수도권 공장 총량제`로 규제했고, 그린벨트를 만들어 수도권 팽창을 막고 녹지를 보전했고, “지방에서도 예술인들이 먹고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방화시대`의 막을 열었다. 그런데 그 딸이 역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협의회는 `수도권 유턴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반대, 항만 및 공항 배후지 개발 반대, 그린벨트내 공장신축 반대, 공장총량제 존속` 등 4가지를 요구했다. 또 비수도권 14개 시도의회 의장과 12개 시군의회 의장 협의회, 그리고 광역·기초 의장 26명으로 구성된 지방의회협의회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율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수도권 규제 완화 논의를 중단하라. 지역불균형을 조장하는 정책을 중지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동안 기업들의 집요한 로비에 의해 수도권 규제는 차츰 완화돼 왔다.
최근 김관용 경북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윤장현 광주시장 등이 4대 공동과제를 놓고 회합을 가졌다. 인적교류 확대, 문화와 산업, 관광에 협력, 획기적 지방발전 대책(중앙권력 지방 이전·자주 조직권과 재정의 분권·자치입법권 확대) 등에 협력할 것을 결의하고 공동성명서를 채택했으며, 통일시대에 대비해서 영·호남이 먼저 화합·협력하자는 결의도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그런데 이 4명의 시도지사들이 `대구 2·28 학생의거 기념탑`을 찾은 것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자유당의 부정선거 계획을 감지하고, 이를 규탄하면서 1960년 2월 28일에 일어난 학생시위는 3·15부정선거 항의시위로 이어졌고, 4·19학생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4명의 지자체장들이 이 탑을 찾은 것은 중앙집권체제로 돌아가려는 정부 정책에 대한 항거의 뜻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틈새가 이렇게 벌어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