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학대사건이 터지자 정부와 국회는 또 한 바탕 난리를 쳤다. 내년 하반기부터 모든 어린이집이 평가인증을 받게 하고,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70여개 되는 평가항목을 300여개로 세분화했다. 전에는 평가항목에 아동학대 분야가 빠져 있었는 데, 이번에 들어간다. 보육환경, 운영관리, 영양, 안전 등 주로 환경에 집중된 평가항목에 원장과 보육교사의 인성과 자질, 아동의 정신적 육체적 학대 방지 항목을 대폭 추가시켰다. 최근 2년 사이에 아동학대가 발생한 6곳 모두 90점 넘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평가인증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평가인증 과정은 약 3개월 걸리는데, 대부분 서류평가이고, 현장 방문 평가는 단 하루 뿐이다. 겉만 보고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마는 것이다. 적은 인원으로 그 많은 어린이집을 완벽하게 평가한다는 것도 무리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한 곳에 후한 점수가 매겨지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니 부모들이 평가에 수시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2주 전에 방문한다는 통고를 하는 데, 불시방문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노르웨이는 부모를 상대로 유치원 만족도를 설문조사해 이를 공개한다. 영국은 평가인증때 부모와도 인터뷰를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고발이 무서워 불평을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고, 원장이 부모에게 전화해 “평가원에서 전화 오면 잘 말해달라”고 부탁하면 거절하기 어렵다. 2013년 아동학대나 보조금 횡령을 한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의 명단을 공개하는 제도가 시행됐지만, 그 실적은 극히 미미하다.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법규가 돼버렸다.
정부와 국회가 지금은 야단법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법규와 제도도 사문화되고 만다. 결국 부모가 나설 수밖에 없다. 부모는 아이의 신체적·정서적 징후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몸에 난 상처와 아이의 설명이 틀릴 때, 잘 울거나 잘 놀라는 등 행동에 변화가 있을 때, `선생님 놀이`를 하면서 동생 벌세우기를 할 때, 어린이집 갈 시간이 되면 배 아프거나, 안가겠다고 떼를 쓸 때, 그럴때는 아이가 학대를 받고 있는지를 세심히 살피고,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아이를 믿고 맡길 시설은 없다고 생각하고 부모가 적극 관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