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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과 새 생명운동

등록일 2015-02-11 02:01 게재일 2015-02-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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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할머니 박정희 할머니`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그는 한글점자를 창안한 박두성 선생의 딸이고, 67세에 화가가 돼 전시회와 강연으로 받은 수익금으로 점자도서관을 건립하고 시각장애인들을 후원하는 일에 평생을 바치다가 92세 되던 해에 타계하면서 2명에게 각막을 기증했다. 외국인의 장기기증도 있었다. 태국인 사라윳(31)씨는 경북 칠곡의 한 산업체에서 일하던 중 쓰러져 뇌사판정을 받았다. 그는 평소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고, 4명의 한국인에게 이식됐다. 유아의 장기 기증도 있었다. 출산예정일보다 14주나 일찍 850g의 체중으로 태어난 유아가 뇌사판정을 받자, 신장질환을 앓는 4살배기 아이에게 콩팥을 이식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기 이식 대기자는 2만 4천857명인데, 기증자는 2천418명으로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신장 이식 대기자는 897명으로 가장 많고, 간 404명, 안구 380명, 심장 118명, 췌장과 폐를 받기를 희망하는 환자도 다소 있다.

WHO는 뇌사기증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홍보 권유활동을 펴고 있지만,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다가 세상을 떠나는 환자가 10명 중 9명이다. “신체발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근본”이라는 유교적 가치관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뇌사판정을 받고 더 이상 생명을 이어갈 수 없는 사람이 장기를 기증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일은 매우 윤리적이다.

나라 마다, 종족 마다, 종교 마다 생사관이 다르겠지만, 죽음의 길에서 남에게 광명을 주는 일이나, 남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일은 어떤 경우에든 `위대한 헌신`이다. 몇 년전에 타계한 경주 출신의 황수관 박사는 평소 유언장을 품에 넣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내가 불시에 죽거든 내 시신을 대학병원에 기증토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특정 장기만을 기증하는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시신 전체를 기증한 것이다. 살아 생전에도 그는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지만, 마지막 길에서도 `위대한 죽음`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도 기증행렬은 꾸준히 이어진다. 자신의 간 70%를 간경화를 앓는 아버지에게 준 아들 오용석(20)이 있었다. 부친은 건강을 회복했고, 자신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했다. 그는 포항제철고 졸업식에서 재단이사장이 주는 `인성상`을 받았고, 이강덕 포항시장으로부터 `포항시 효행상`을 받았다. 뇌혈관질환을 앓던 김세은(16)양이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 딸의 생전 희망에 따라 장기기증 결단을 내렸고, 5명의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대구 중구청 공무원인 이수진(25)씨는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했다. 장기기증·시신기증과 새 생명운동에 많은 참여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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