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종합버스터미널 화재로 8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했고,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했다. 태백선 무궁화 열차 충돌로 11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했으며, 여수 조선소 암모니아 유출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다쳤고, 판교 야외공연장 환풍구 덮개가 무너져 관객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 안전불감증의 결과였다. `대충 빨리빨리`의식구조 탓이었다.
가슴아픈 기억중의 하나는 지난해 2월 코오롱그룹 산하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였다. 오리엔테이션 중이던 대학 신입생 10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 사고도 부실시공이 원인이었고, 자재도 기준에 미달되었다. 감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폭설이 내려 지붕을 두껍게 덮고 있는 상황에서도 다들 이에 무관심했으며 안전요원도 배치되지 않았다. 총체적 부실이 젊은 대학 신입생들을 희생시켰다.
그런데 최근 경주시 마동에 있는 코오롱호텔에서 또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하 1층 보일러실에서 근로자들이 단열재 교체작업 중이었다.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화재경보기가 울렸으며, 이산화탄소가 유출됐고,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히면서 그 속에서 작업하던 근로자들이 갇혀 나오지 못해 가스에 질식했고, 1명은 사망,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보일러실이나 기계실은 감전위험이 있으므로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물이 아닌 이산화탄소가 나와 소화기능을 하는데 그 탄산가스가 화근이었다.
화재감지기에는 열감지기와 연기감지기 두 종류가 있는데, 이번 사고에서 화재가 없는데도 경보기가 울린 것은 연기감지기가 먼지를 연기로 인식하고 오작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가정을 할 수 있다. 아니면 기계의 고장일 수도 있는데, 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이 합동으로 조사할 일이다. 만약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엄벌을 면치 못하게 됐다.
국민안전처는 매년 `재난관리 실태평가`를 한다. 그런데 이 평가가 서류평가에 치우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우수·최우수 평가를 받은 곳에 부실·미비가 많이 발견된다. 서류평가 자체가 `부실평가`인 것이다. 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실질적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