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청도 뒤늦게 “돈만 들이고 실효성 없다”는 것을 알고 예산 125억원을 65억원으로 줄여 사업을 축소했는데, 그래도 “서구는 돈이 남아도는 모양”이란 비아냥을 듣는다. 공무원들의 머리가 경직돼도 너무 굳어 있다는 비난이다. 65억원을 들여 하천변에 자연석 쌓기, 운동시설 설치, 산책로와 자전거길 꾸미기 정도만 추진할 계획이라 하는데, 이를 이용할 시민이 과연 있을 지 여전히 의문이다. “말을 수레 뒤에 세우기”란 서양속담이 있다. 일의 순서가 거꾸로 됐다는 뜻이다. 매연·악취 저감에 예산을 먼저 써야 할 일이 아닌가.
예천군 용문면에는 고인돌 60~70기가 몰려 있는 `청동기 시대의 유적 군락지`가 있었다. 3천년 전의 무덤인데, 북방식은 기둥이 높고, 남방식은 기둥이 낮다. 시신을 눕히고 기둥들을 세운 후 판석을 덮는 형식이다. 고인돌 중에는 홀컵(성혈)이 파여져 있고, 칼자루 모양의 문양이 새겨진 것도 있다. 고인돌은 크기에 따라 무덤 주인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으며, 토기 등 유물 유품이 발굴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고인돌은 암각화와 함께 귀중한 유적으로 보호를 받으면서 관광명소 구실을 한다.
그런데 예천군은 10여 년 전 이 일대에 대한 경지작업을 하면서 고인돌들을 매몰시키거나 원형이 잘 보존된 것은 개인이 가져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고인돌군을 문화재로 지정 보호하지 않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선사시대의 유적은 고인돌과 암각화가 유일한 데, 이것이 매몰되고, 지역 유지가 마음대로 옮겨놓는다는 것은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바닥 수준이란 뜻이다. 가져간 것을 제 자리에 돌려 놓고, 매몰된 것을 조속히 발굴해서 관광명소로 만들고 연구자료로 삼아야 한다.
경주시의 관광행정이 낙제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에 걸어둘 수 있는 1천호 크기(시가 1억원 상당)의 그림을 세계적 예술가 조부수 화백이 기증의사를 밝혔으나, 담당 공무원의 고압적 자세 때문에 무산됐다. 예술인들은 공무원의 甲질을 제일 싫어한다. 미술품 기증자가 없으면 예산으로 사들여야 한다. 또 시는 일방적으로 육부촌을 사겠다 공표하고, 솔거미술관에 얽힌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 하고, 미래지향적 관광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행정의 후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