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는 으레 진기록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조합장 선거에도 특기할만한 일들이 있었다. 대구 월배농협에서는 박명숙(59)씨가 당선돼 대구지역 최초의 여성조합장이 됐다. 그는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새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최고령 당선자는 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 이재학(78)씨로 압도적 득표를 했다. 최다선자는 4선의 동대구조합장 백덕길(67)씨고, 최연소 당선자는 대구공산농협의 구자헌(54)씨이며, 최다 득표자는 장기농협의 서석영씨로 75.7%이고, 남포항농협의 오호태씨는 현직 조합장이 아니면서도 73.2%나 얻었다. 문경지역에서는 6개 조합에서 현직이 낙선했으며, 울진군 북면농협에서는 1,2,3위가 모두 1표 차이라는 기현상을 보였다. 경북에서 27곳 대구 3곳에서 무투표 당선자를 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고,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도 적잖이 제시된다. 무엇보다 깜깜이선거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후보자와 조합원 사이의 접촉을 최대한 막아놓았으니, 친밀도와 인지도가 높고 조합원 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현직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선거에서 현직의 당선율이 65%에 가까운 것도 그 영향일 것이다. 새 인물에 대한 욕구가 클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포상금 최고 1억원, 과태료 10~50배``금품살포,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3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같은 엄한 선거법이 있지만, “돈선거는 여전했다”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문제된 것이 짝퉁조합원이었다. `조합원 자격 기준`이 있지만, 그것을 무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고, 이것이 당선무효소송의 최대 요인이 될 공산이 큰 것이다.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해 고의로 방치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 낙선자들이 이를 문제 삼지 않을 리 없고, 이미 `무자격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한 정황·실태 자료`를 갖춰놓고 있을 지 모른다. 이미 고소 고발된 사건과 함께 선거소송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재선거를 실시하는 곳이 연이어 생겨날 것이 예상되는데, 그 선거비용 역시 조합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10월까지 조합장 선거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는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현직 프리미엄을 없애고, 기회균등의 원칙이 지켜진`개선책이 마련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