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공회의소는 2001년부터 15년간 회장을 합의추대로 선정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선거로 뽑는 회장이어서 처음에는 몇몇 후보자들이 후보등록을 하지만 차츰 양보해서 최종적으로 남은 이가 회장을 맡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양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인사는 다음에 추대되는 경우도 많아서 `벼슬`도 하고, `칭송`도 받으니 일거양득이다. 회장 선거에 경합이 붙으면 상공의원들이 투표를 하게 되는데, 무릇 `선거`란 민주질서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추악한 면도 있다. 유언비어·모함·흠집내기·마타도어 등등이 선거에서는 으레 난무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의추대`는 `선거의 추악함과 소모전`을 피할 수 있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대구상의는 진영환 삼익THK(주) 회장이 22대 회장을 맡게 됐다. 그는 지난 번 회장 선발때 현 김동구 21대 회장에게 양보한 바 있는데, 이번에 추대됐다. 이재하 삼보모터스(주) 회장이 대결단을 내려 후보사퇴를 함으로써 합의추대의 전통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봉사직이고 명예직인 상의회장이라 그 명예스러움을 증폭시키는 것이 양보정신이라 하겠고, 그런 정신을 실천한 인물은 다음에 추대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22대 포항상의 회장 자리를 놓고 당초 3파전 양상이었으나, 박병재(63) 범한산업 대표가 결단을 내려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2파전으로 좁아졌는데, 남은 둘 중 한 분이 양보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포항에서도 합의추대의 전통을 다시 이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지금 포항의 경제가 위기 상황이고, 대구상의의 전례도 있어 포항상의 회장 선발도 그 영향을 받을 수 있겠다. 어느 모로 보나, `선거라는 추잡스러운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는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 훨씬 보기 좋다는 것이 지역의 대체적 여론이다.
지금 포스코건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정준양 전 회장을 포함한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의 전·현직 경영진 10여 명이 수사선상에 올라 출국금지를 당했고, 비자금 규모와 정·관계 로비 등 비자금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 추적에도 착수했다. 이 일은 포스코의 경영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이고, 포스코의 곤경은 바로 포항경제의 곤경이므로, 이런 엄중한 시기에 소모적인 상의회장 선거를 치른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