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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권위를 잃으면

등록일 2015-04-08 02:01 게재일 2015-04-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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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을 흔히 당국(Authority)라 부른다. 권위를 가졌다는 것은 `믿음성`이 있는 기관이란 뜻이고, 그것이 민간조직과 다른 점이다. 권위와 믿음은 공공기관의 생명인데, 믿음을 주지 못하는 공공기관·행정기관이 너무 많이 보인다. 그것은 마치 기둥이 허술한 집과 같아서 국민은 불안하다. 부정·부패·불법을 적발해 처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믿음과 권위를 잃어가는 공공기관을 찾아내 교정하는 일이 더 긴요하다.

조선조 초기 `형산강 부조장`에서 출발한 포항 죽도시장이 `글로벌 명품시장`선정에서 탈락한 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시민들은 시행정을 원망한다. “포항시가 죽도수산시장 상인회를 죽도시장 시장활성화구역 내 상인회로 지정하면서 부터 상인간 갈등을 유발시켰고, 이번에 탈락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리고 죽도시장 A상인단체는 경북도를 상대로 죽도수산시장 상인회의 시장활성화구역 지정서 파기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제출해 놓고 있다. 상인단체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죽도시장 발전에 지장을 줄 일이 앞으로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은 포항시의 `섣부른 행정` 혹은 `권위 잃은 행정`탓이다.

안동지역 들판에는 토질개량 비료가 수백 포 쌓여 있다고 한다. 석회질 비료는 파종하기 한 달 가량 전에 살포해 흙과 잘 섞어야 하는데, 파종 후에 비료가 도착하거나, 아예 도착도 안 한 곳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비료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내년에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3년 마다 한 번씩 토지개량용 비료가 무료로 공급되는데, 농협이 이 일을 전담하면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광범한 세포조직을 가진 농협이 이처럼 권위를 잃으면 “누구를 위한 농협이냐”는 질책을 또 들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원전지역특별위원회가 국가예산 6억원을 써가면서 4개월 간 경주지역에서 `사용후핵연료 현황설명과 관리방안 의견수렴`활동을 전개했지만, 얻어낸 과실은 전혀 없고, 원전지역 주민들의 불신감과 불평만 돋구는 자리가 되었다. 특히 이 모임에 정부나 경주시, 시의회, 한수원 관계자들은 전혀 참석하지 않았으며, 강사로 나선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관련기관`이란 낱말과 `관계기관`이란 말은 개념이 다르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이래서야 어찌 `귄위`를 가지겠는가.

경주상인보호위원회는 “경주시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의 애환을 외면하고 충효동에 대형마트의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며 경주시를 원망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3년내 수백개의 점포가 문을 닫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경주시가 8만 상인가족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행정을 한다고 비난한다. `시민을 위한 행정`으로 돌아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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