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성공률이 높다”란 말도 있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물을 좋아한다. 인간은 10개월 간 어머니의 자궁 양수 속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논어(語)는 “어진이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을 관통하는 하천을 남북이 공동관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남북이 소통하는 통로가 마련될 것”이라 했다. 강을 `공격용 무기`로 사용하면 분단이 굳어지지만 평화적으로 이용하면 분단문제를 해결할 매개체도 된다는 뜻이다. 바로 임진강과 금강산댐·평화의 댐을 염두에 둔 제안이라 여겨진다.
포항시와 경주시가 형산강을 두고 갈등도 있었지만, 근래에 들어 형산강프로젝트를 통해 화합·협력의 길을 찾은 것이 한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남북이 강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같은 소통의 통로가 될 것이 분명하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전통적인 물관리기술에 혁신적인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물을 매개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동으로 경제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확실히 “20세기는 석유의 시대였지만, 21세기는 물의 시대”이다.
이번 세계물포럼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세션이 16일 오전 경주 HICO에서 있을 `신라우물과 문화`이다. 신라는 우물을 신령스러운 성지로 보았다. 그래서 영천(靈泉)이라 불렀는데, 혁거세와 알령부인이 다 우물가에서 태어났다. 신라우물은 대체로 동일한 형태를 취하는데, 윗쪽은 좁고 우물정(井)형태이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넓어지는 구조이다. 첨성대는 바로 땅밑의 우물을 땅 위에 올려놓은 모습이다. 오랜 옛시절부터 경주지역에도 많은 지진이 있었지만, 첨성대만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옛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우물의 신령스러운 효능이거나, 안정적 형태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포항 오어사에는 신라때 혜공이라는 신비로운 스님이 살았는데, 한번 우물속에 들어가면 몇 달씩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가 우물을 통해 세계와 소통한다고 믿었다. 성서에도 우물이 자주 나오는데, 사막지대의 우물은 생명처럼 귀한 것이지만, 이삭은 2개씩이나 양보했다고 기록돼 있다.
우물의 신령스러운 효능과 양보정신을 생각하면서, 남북이 강을 매개로 화합·협력할 길이 열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