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정상급 인사들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였으니, 그런 꿈을 실현시켜나갈 의지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대구시는 미국의 대표적 물산업도시 밀워키시, 미국 물위원회, 한국의 물산업협회와 함께 4자간 상호협력약정을 체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조성을 기약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물주간 행사를 세계행사로 만들 것”이라며 “대구물산업클러스터에 세계적 기업과 연구기관을 참여토록 해 아시아 물산업 허브로 만들겠다”고 한 것도 그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전망과 자신감은 `자화자찬의 결과`일 수 있다. 자족(自足)과 자만(自慢)은 발전의 적이다. 그러므로 대규모 행사가 끝나면 “무엇이 잘못됐는가”하고 반성하는 목소리를 먼저 내는 것이 순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시의회가 내놓은 비판의 소리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개막식 때의 `자격루 사건`은 두고두고 비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조직위나 이벤트를 맡은 기업체는 일언반구 사과의 말도 없었고, 해명도 없었다. 엄청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해놓고 유야무야 그냥 넘어갈 심산이다. 우리는 늘 일본을 향해 과거사를 사죄하라고 요구하는데, 정작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으니, 이러고도 남 보고 사과하라고 요구할 자격이나 있는가.
대구시의회는 또 사전준비 소홀과 미숙한 운영을 질타했다. 대구시 상징물을 하나도 설치하지 않은 것, 그린스텔에 통역도 없고, 서비스도 미흡해 투숙 포기사태도 있었고, 국토부와 조직위의 늑장준비, 독선적 진행 등이 대구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실추시켰다고 비난했다. 더욱이 대구시와 경주시에서 분산 개최하다 보니 일관성이 없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개막 하루 전 경주에서 열린 전야제에 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관람석이 텅텅 비어 돈만 낭비했다. 홍보부족이 원인이었다. 행사장 인근을 불법 노점상 적치물들이 점령한 것은 볼썽 사나운 일이었다.
물포럼 이후의 물산업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우선 통렬한 반성과 진정어린 사과부터 있어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누가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