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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의 고질적 외유병

등록일 2015-04-22 02:01 게재일 2015-04-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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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정이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하다. `성완종 물귀신 리스트`가 온 국민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불순한 제3세력이 저주의 굿판을 벌인다. 경찰차가 넘어지고, 경찰관이 다치는 등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 심한데, 한국 경찰은 미국 경찰처럼 단호하지 못하다. 국회는 정치공방으로 세월을 보내니 국정 전반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러다가 언제 민생현안을 돌볼 것인가.

이런 와중에 지역 수출입 동향은 걱정을 더해준다. 포항세관이 발표한 `3월 지역 수출입 동향 분석`에 따르면, 포항시와 구미시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6%나 떨어졌다고 한다. 국제철강 시황의 부진으로 철강제품은 19.6%나 떨어졌고, 기계류는 무려 43.7%나 감소했다. 수입은 내수부진으로 30.4% 줄었다. 구미의 반도체 수출도 비슷한 수준이라 한다. 포항시와 구미시는 경북의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기둥인데, 이곳의 경기가 이러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포항에 있는 동국제강이 제2후판공장을 당진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제1후판공장을 폐쇄했는 데, 이번에 남은 것까지 경영악화를 이유로 없앨 논의를 벌이는 중이라 한다. 동국제강은 1990년 초 250만t 규모의 1, 2후판공장을 주축으로 건설했는데, 이제 그것이 사라지게 생겼으니, 5~6개 협력업체 근로자 100여명의 생계가 막막하게 됐다. 중국의 저가제품이 맹렬히 추격해오니, 우리는 기술우위의 특수강 위주로 생산해야 하고, 당진에는 해양 플랜트용 후판과 같은 특수용도의 최신 후판 전용 공장이 건설돼 있으니, 그리로 가겠다는 것을 막을 명분도 없다.

국가적으로, 지역적으로 엄혹한 상황이니 이럴 때는 다들 자중하고 나라걱정을 해야 할 것인데, 포항시의회는 북유럽으로 외유 떠날 채비나 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국가청렴도 1, 2위`를 다투는 나라들인데, 거기 가서 청렴성·투명성을 배워온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그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입찰로 하면 경비가 줄어들 것인데, 친면을 이유로 수의계약으로 여행사를 선정했다. 시의원 16명과 공무원 6명이 1억원 가량의 시민혈세를 쓰는 일정이라면 당연히 공개경쟁입찰로 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심사위원회에 제출한 일정은 `연수`위주로 짜여졌고, 여행사가 만든 세부일정은 `관광`위주로 돼 있다. 그러니 심사위에서 걸러지거나 부결되는 일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유명무실한 심사를 왜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는 납세자인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시의회가 외유에 쓰는 돈은 철강업체들과 시민이 낸 세금이다. 피같은 돈을 쓰면서 `연수보고서` 하나 시정에 도움이 되도록 쓴 것을 본 적이 없다. 포항시의회에 대한 신뢰감이 급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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