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이런 규제부터 혁파하라

등록일 2015-05-27 02:01 게재일 2015-05-27 19면
스크랩버튼
박근혜정부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규제개혁을 위한 `대형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그 위세를 보면 당장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같은데, 실제 그 파장이 지방에까지 오면 `미풍`에 그친다. 그 한 예가 울릉도 주민들이 육지에 보내는 일반 화물 선적이다. 전에는 아무 이상 없이 순조롭게 가을에는 오징어, 봄철에는 명이, 취나물, 부지깽이나물 등이 선적됐는데, 세월호 이후 규정이 까다롭게 개악(改惡)돼 울릉 주민들이 큰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울릉 주민들은 아침 마다 `택배전쟁`을 치른다. 세월호 이후 1인당 보낼 수 있는 택배 물량이 라면박스 크기 3개 이하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70~100 명이 우체국 앞에 줄을 서고, 직원이 나와 번호표를 나눠주는데, 45번까지만 준다. 못 받은 사람은 그냥 돌아서야 하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보따리장수 수준의 택배 물량까지 규제를 하고, 보낼 수 있는 물량이 세월호 이전보다 갑절 이상 줄었으니, 울릉도 주민들은 실로 `살맛`을 잃는다.

썬플라워호 총 화물선적량은 50t인데, 그 중 차량은 30t이고, 일반화물은 20t으로 규정돼 있다. 세월호 이전에는 이 화물량이 탄력적으로 운영되었다. 나물이나 오징어 등이 많은 봄과 가을에는 차량 선적을 줄여 일반화물을 늘렸다. 그렇게 하니 주민들의 불만은 전혀 없었고, 안전에 이상징후가 발견되지도 않았다. `규정`보다 `현실성`이 더 이상적임을 증명한 사례였다. 그러나 세월호 후 안전규정을 강화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차량 30톤, 일반화물 20톤`규정을 엄격히 지키는 바람에 차량선적이 20톤으로 줄어도 일반화물 10톤을 더 실을 수 없게 규제를 한다. `현실성 있게 이상적으로 운영`되던 지난날의 모습은 사라지고, 주민 불만과 지역경제 손실만 남았다.

(주)대저해운은 일반화물을 20톤에서 27톤까지 선적할 수 있도록 화물칸을 개조해서 포항지방해양수산부에 허가신청을 했으나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컨테이너박스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세월호 사고가 났다면서 화물선적을 더 엄격히 규제한 탓이다. 그러나 선박전문가는 “썬플라워호는 쌍동선이어서 어떤 경우에도 15도 이상 기울지 않아 쏠림현상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화물은 그리 중량이 나가지 않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다.

행정기관이 `현실타당한 융통성`을 버리고 `규정`에만 매달리는 것은 `감사`때문이다. “왜 규정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한 말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주는 이런 비현실적 규정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규제개혁을 하려면 이런 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행정기관은 주민들과의 대화를 자주 가져 합리적 대안을 찾아내고 이를 근거로 감사에 대비하면 될 것이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