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한국농업, 솟아날 구멍 있나

등록일 2015-06-01 02:01 게재일 2015-06-01 19면
스크랩버튼
여러 나라들과 FTA를 맺어 경제영토를 널리는 것도 좋으나, 국토가 작은 나라에서는 농축수산업이 곤경을 만난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갖은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다. 가격경쟁에서 밀려 폐업하는 농민이 늘어나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하기보다는 명맥이라도 이어갈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중국 남부지역 원난성이나 푸젠성은 항상 봄날씨여서 꽃산업이 번성하고, 그 값싼 꽃들이 한국 화훼시장을 초토화시킨다. 장례식장에 사용되는 국화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20송이 한 단 가격이 한국산은 1만2천원인데, 중국산은 7천원 이하이다. 한국절화협회는 “중국산 국화가 국내 시장 70% 이상을 점령했다”고 한다. 장례식장의 지름 70㎝의 근조화환 하나 만드는데 국내산 꽃을 쓰면 6만원이지만, 중국산을 쓰면 3~4만원이다.

꽃에도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돼 있지만, 주로 전화로 주문 배달을 하는 특성상 소비자들은 원산지에 별로 관심이 없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감시해야 꽃값이 더 내려간다. 무엇보다 화훼 경쟁력을 높이려면, `꽃 개발·연구`에 정부가 더 지원해야 한다. 장미의 색깔을 다양하게 변조시키는 것 같은 `기술개발`로 화훼산업이 명맥을 유지하게 해야 한다.

불합리한 관세 때문에 한국의 고추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마른고추와 고춧가루는 관세가 270%인데, 냉동고추는 27%에 불과하다. 그러니 수입상들은 관세 낮은 냉동고추를 사와서 이를 녹인 후 마른고추와 고춧가루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서 판다. 냉동고추 수입 가격은 600g당 700원인데, 건고추 수입 가격은 5천660원이니, 냉동고추로 건조과정을 거치고 가루 빻는 공정을 거친다 해도 남는 이익이 크다.

이렇게 되니 국내 고추농가들은 “농사를 지을 수록 손해”라며 품종을 바꾸거나 고추농사를 포기한다. 세계적으로 한국고추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단맛과 매운 맛이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기후풍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추이고, 한국의 풍토는 세계최고의 고추를 생산할 최상의 조건인데, 그것이 불합리한 관세 때문에 망실되게 됐다. 냉동고추의 관세를 높이거나, 냉동고추를 건고추나 가루로 가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 한국고추를 살리는 길이다.

우리나라 양봉산업도 심각한 위기를 만났다. FTA때문에 저렴한 외국 꿀이 밀려들어오니, 국내 양봉업이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특히 2010년 전염병이 번져 토종벌 80%가 폐사했고, 국내 재래종 벌 사육 농가의 90%가 사라졌다. 앞으로 베트남과의 FTA로 천연꿀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국내 산 꿀은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차원에서 우리 토종꿀을 살릴 방도를 찾아야 하겠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