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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괴담`부터 차단을

등록일 2015-06-03 02:01 게재일 2015-06-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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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괴담`이 난무한다. MB정부 초기 `광우병 괴담`을 돌아보면 유언비어의 해악을 알 수 있다. 가축전염병이 퍼질때나, 세월호 참사 같은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 마다 괴담을 지어 퍼트리는 세력이 있어서 사회를 혼란과 불안에 빠뜨린다. 우리나라는 그런 불순세력을 법치·민주주의라는 명목으로 끌어안고 힘들어 한다.

이번 MERS사태에서도 예외 없다. 보건당국을 믿지 못하니 `괴담세력`이 더 활개를 친다. 공원이나 영화관 같은 사람 많이 모이는 장소는 입장객이 크게 줄고, 물티슈, 항균비누, 구강청결제, 마스크 등이 잘 팔리고, 고깃집은 마늘과 김치가 불티난다. SNS를 통해 “주한미군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신종 생화학 무기”“한국에 백신을 팔아먹기 위한 미국의 음모”“메르스는 주한미군 기지에 배달된 탄저균 때문”이라는 터무니 없는 괴담이 떠돌고, 국방부가 “주한미군은 생화학 무기를 만들지 않고, 오산 미군기지에 배송된 탄저균도 완벽하게 멸균됐다”며 진실을 밝혔지만, 사람들은 괴담 쪽에 귀를 더 크게 열어놓고 있다.

모 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거쳐가 폐쇄됐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그 병원을 정상 운영되고 있다. “외신에서 한국 상황을 `긴급재난 1호`로 지정했다”란 루머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 중 `주의` 단계로 밝혀졌다.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 전파된다”는 괴담은 사실이 아니고, 환자와의 2m이내 거리에서 기침 등으로 인한 침으로 전파된다는 것이 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메르스 환자가 많이 나오고, 환자가 사망하면서 괴담은 더 맹렬히 퍼진다.

메르스 환자가 미국은 2명, 영국은 4명(3명 사망), 독일은 3명(1명 사망)으로 조기 차단에 성공했지만,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오판·과신·고집`때문에 골든타임 36시간을 놓쳤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선진국은 `메르스가 도착할 것`을 예측하고, 그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박멸했는데,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뒷북이나 치다가 시기를 놓쳤다. 메르스의 정체도 파악하지 못했고, 대처 능력도 수준 이하였다. 메르스 환자가 중국으로 간 것을 막지 못해 외교적 문제로 까지 번진 일은 심각한 국가적 망신이다.

경주의 모 병원에 `격리 병실`이 있어서 환자 한 명이 입원해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역사회가 바싹 긴장한다. 곧 여름 피서철이 다가오는데, 이러다가 특수가 실종될 것이란 우려도 높다. 악성 전염병과 악성 괴담이 함께 퍼지면 외국 관광객도 발길을 끊는다. 2009년 신종플루 때도 그랬다. 사람 많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는 줄줄이 취소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염병보다 괴담이 더 무섭다. 지역민들이 슬기롭게 대처해서 괴담이 맥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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