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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고향, 안동호

등록일 2015-06-03 02:01 게재일 2015-06-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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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호수가 있는 곳에는 새들이 오고, 조류학자들과 탐조객과 사진 작가들이 모여드는 관광명소가 된다. 경남 주남저수지는 청둥오리떼가 신비로운 군무를 펼치고, 독도는 `새들의 고향`이란 이름을 얻었다. 창령 우포늪에는 희귀 조류들이 서식하면서 많은 구경꾼들이 `새구경`하러 온다. 예전 그 흔하던 제비가 지금 보기 어려워진 것은 `제비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환경 훼손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실감나게 한다. 그래서 지금은 새 한 마리, 곤충 한 개체가 귀한 대접을 받게 됐다.

과거 일본의 모 지방지에 실린 사진 한 장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시냇물 징검다리를 농부 한 사람이 건너고 있는데, 흰 두루미들이 물에서 어울려 놀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사진은 곧바로 `환경보호의 상징`이 되었다. `새와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마을`은 바로 관광명소가 되었다. 과거에는 제비가 사람의 집 처마밑에 집을 짓고 사는 일이 `예삿일`이었지만, 지금은 `특별한 일`이 된 것은 바로 “우리의 자연이 이렇게 파괴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쇠제비갈매기는 제비 모양의 갈매기이다. 이 새는 본래는 낙동강 하구의 모래톱에 서식했었는데, 개발바람이 불어닥치고, 바닷물이 넘쳐들어오고, 물고기 등 먹이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쇠제비갈매기들은 살길을 찾아 안동호를 찾아왔다. 낙동강 하구의 다른 철새들도 차츰 내륙지역의 강과 호수로 이사를 한다. 호수에는 빙어 등 먹이가 풍부하니 살만 하다고 여긴 모양인데, 귀한 손님이 온 것이다.

지난달 30일 경북대 박희천 조류연구소장 등 조류학자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안동호 모래섬을 찾아왔다. 모래섬에는 쇠제비갈매기 둥지 62개가 발견됐고, 모두 3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안동시는 인공으로 모래섬을 조성했는데, 둥지 6개가 새로 발견돼 `새들의 고향`으로 만들어가는 일이 성공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학자들은 어미의 생태적응 과정과 새끼들의 발육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무인적외선 카메라를 설치하고, 일부 새에는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행동반경을 조사하기로 했다. 개발바람은 새들의 서식환경을 파괴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들이 정착하도록 도와준다.

멍청한 사람을 흔히 `새대가리`라 부르며 비하하지만, 새가 머리 나쁘다는 것은 오해다. 먼 길을 갈때 人자 모양의 행렬을 짓는 것은 날개짓 바람을 이용해 힘을 적게 들이기 위함이며, 선두를 수시로 바꾸는 것은 무리의 힘을 안배하기 위한 지혜이다. 쇠제비갈매기 새끼들도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배를 뒤집어 죽은 척하고, 일부는 사람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자 접근하기도 한다. 놀라운 생존의 지혜이다.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서식지를 잘 보존해서 철새들의 천국으로 만들면 안동에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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