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미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하겠다는 자세로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첫 환자는 확진 때까지 10일 간이나 격리되지 않았으며, 이 환자를 간호하던 딸은 이상증세를 느껴 당국을 찾아가 격리치료를 스스로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나중에 그 딸은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 일개 개인보다 멍청했던 보건당국이었다. 중동을 다녀온 감염자들이 국내외를 마구 돌아다니면서 메르스를 퍼뜨릴 동안 당국은 “3차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역사회로의 전파는 없다”며 한가로웠다.
메르스 대란이 불러온 해악을 보자. 주식시장은 매일 급락을 거듭한다. 경제가 얼어붙는다는 말이다. 내수진작을 위해 경제부서가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는 중인데, 보건부서의 실책 때문에 백약이 무효다. 관광객들은 무더기로 해약한다. 화장품·말하는 전기밥솥·휴대폰·어린이 식품·의류·정형 성형 등이 이른바 `재미보는 관광상품`인데, 그것이 된서리를 맞았다. 일본의 엔저 때문에 가뜩이나 수출이 어려운데 멍청한 보건당국이 찬물까지 끼얹었다.
교육장관은 각급 학교의 휴교를 지시했는데, 보건장관은 엇박자를 놓는다.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여전히 느긋한 태도다. 격리조치를 당하는 의심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벌써 1천300명이나 되고, 3명이 사망했으며, 방어망이 뚫려 지방에도 환자가 생기는 대란(大亂)수준의 사태가 눈앞에 와 있는데, 보건당국은 무슨 배짱으로 아직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는지, 정신감정이라도 해보고 싶다.
보건복지부 수뇌부에 보건 전문가가 없다. 문 장관은 기초연금 도입을 위해 임명된 연금 전문가이고, 장옥주 차관은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를 거친 행정전문가이지 보건 전문가는 아니다. 이 `문외한들`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으니, 국민은 당국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고, 감염자들도 환자인 줄 모르고 마구 돌아다녔으며, 결국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보건당국 혁파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보건 전문가들로 수뇌부를 채워야 한다. 세월호 후 해경과 안전행정부를 징벌했듯이 보건당국도 그렇게 손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