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화속으로`는 학도의용군의 실화다. 형산강을 두고 피아간 결사항쟁을 했다. 경주 포항지역 중학생(5년제)들이 대거 김석원 장군 휘하로 들어갔고, 대부분 전사하거나 부상했다. 영화는 친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전우애를 그렸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피하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본성도 가졌다.
사람들은 왜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제물로 던질까. 정신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놓고 많은 연구를 했다. 전쟁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미국 언론인 서배스천 융거는 “많은 군인들이 전쟁을 그리워한다. 죽음과 살인이 아니라, 전우애를 그리워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는 자신의 생명보다 전우의 생명을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심리학자들은 “눈앞에 절대적 위기가 닥치면, 인간의 신체와 두뇌엔 엄청난 양의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그래서 자신의 생명은 안중에 없다”고 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극단적 이타주의론`을 주장한다. “남의 위기를 보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뛰어들게 돼 있는 것이 인간본성”이란 설명이다.
동양에는 `사단칠정론`이 있는데 그 중에는 `측은지심`도 있다. 갓난 아이가 물웅덩이를 향해 기어가면, 비록 살인강도라 할지라도 얼른 아이를 안아 부모에 전해주는 것이 인간본성 중의 측은지심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한 지하철에서 취객이 철로위에 뛰어들었고, 전차가 마악 달려온다. 그때 한국인 이수현씨가 철길에 뛰어내려 그를 구하고 자신은 생명을 잃었다. 이런 정신상태가 측은지심이라는 것이다. 계산을 할 겨를 없이 `극단적 이타심(利他心)`이 발휘되는 것이다.
전장에 나가는 군인, 해적선과 맞서는 해군 특전단, 화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 흉기를 든 범죄자들과 맞서는 경찰관들, 이들은 생명을 걸고 임무를 수행한다. 자신의 생명보다 남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직업군들이다. 나라 잃은 통한을 풀기 위해 목숨걸고 독립운동을 했던 순국선열들, 6·25동란때 산화한 젊은 생명들, 그들의 애국충절을 기리는 현충일을 보내면서, 역사에 기록된 이름들과 함께 `기록되지 않은 이름`들도 기려야 한다. 임진왜란 당시 화진포 화산불해변에서 왜군을 물리치고 전원 사망한 흥해 민간인들의 숭고한 희생도 우리는 기억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