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군사정보 교류협정은 무산됐고, FTA도 답보상태이며, 정상회담은 바랄 수도 없다. 외국의 정치가와 학자들은 은근히 훈수를 둔다. “정치와 경제·문화를 분리하고, 실리외교를 펼 때다. 악감정은 악감정이고, 실리는 실리다” 그러면서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을 되뇐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마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감정`보다 `역학관계`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을 끌어안고, 쿠바와 손을 잡는 `대인배 풍모`를 참고하라는 충고도 나온다.
중국은 일본에 대해 태평양전쟁의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 노구교사건, 난징대학살사건, 인체실험, 근로자 강제동원 등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정책의 희생자였고, 영토문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중국은 최근 일본과의 `실리외교`로 돌아섰다. 양국 재무장관들은 최근 5차 회담을 열었고, 내년에 또 6차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양국 재무장관들은 공동성명에서“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심각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공감하고, 변덕스러운 물가, 선진국들의 양적 완화가 초래하는 위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중국은 일본과의 경제교류에는 협력하고 친선관계를 유지하지만, 정치와 과거사문제에는 조금도 틈을 주지 않는다. 중국은 2차세계대전 당시 중국의 만행을 담은 새로운 사료 38종 560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일본은 끝없이 증거인멸을 시도하지만 중국은 그럴 수록 더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고 집대성하고 있는 것이다. 대륙적 기질이 섬나라 근성을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그 사료들을 전시했다. 1944년 베이징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된 근로자 12만명의 명단도 나왔는데, 그 근로자 대부분이 13~14세 미성년자였다고 한다.
경제·문화와 정치를 분리하는 실리외교는 요즘의 화두이다. 한·일 양국 국회의원들은 친선 바둑대회와 축구대회를 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원로들은 바둑대회로, 젊은 의원들은 축구대회로, 양국은 대화의 물꼬를 열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향후 한일FTA 같은 경제교류로 나아갈 길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