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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중동감기` 우려증

등록일 2015-06-11 02:01 게재일 2015-06-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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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란 말 자체가 공포감을 준다 해서 이를 바꿔 부르자는 의견이 나왔다. 새누리당 이철우 국회의원이 일리 있는 의견을 냈다. 메르스는 사실상 `유행성 감기`정도인데, 낯선 이름을 붙여 놓으니, 무슨 악성 전염병이라도 되는 듯이 두려움에 떤다. 전국의 언론들이 갖은 호들갑을 다 떠는 바람에 `중동감기`는 매우 부당한 악명을 떨치게 됐다.

급기야 대통령도 방미일정을 연기했다. 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등 외교일정이 빼곡했던 만큼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으리라.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아직 국민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안전을 챙기기 위해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게다.

그러나 메르스는 `병원에서만 감염`되는 감기인데, 길 걷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 기침하는 환자가 곁에 없는 데도 낯선 사람만 보면 겁을 먹는 것도 지나친 건강우려증이다. 중동감기가 번진 곳은 수도권과 충청도 일부지역인데, 다른 지역까지 긴장하는 것도 황당하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공포감이 나라경제를 좀먹는 걸 생각하면 되짚어볼 일이다.

언론들이 사실을 과장하는 바람에 외국 언론들도 한국을 마치 `전염병 제조창`처럼 인식하고, 한국에서 오는 사람을 모두 보균자 취급을 한다. 관광일정을 취소하고, 한국 상품에도 병균이 묻어 있는 것처럼 잘 사려 하지 않는다. 외국 기자들도 “한국 언론은 마치 내부의 적 같이 보도한다”고 혀를 찬다. 일본 언론은 결코 그렇게 보도하지 않는다. 그 심각했던 일본 동북부의 쓰나미와 원전 사고 때의 보도태도를 보면, 그들은 `애국과 애민`을 먼저 생각하며 자제했다.

`불안감`을 이용한 악덕 상혼도 날뛴다. 공기청정기를 파는 상인들은 “메르스 바이러스를 완벽 차단하는 공기살균기”란 선전문구를 내걸었다. 중동감기가 공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살충제를 내뿜는 소독기를 팔면서 “메르스 99% 차단”이란 선전문구를 넣은 업체도 있다. 감기치료제는 본래 없는데도 한 한의원은 “메르스 예방과 조기 치료제”라고 선전했다.

8월에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리는데, 그 포스터에 낙타가 등장한다. 실크로드를 주제로 하다 보니, 중동의 상징물인 낙타가 등장하는 데, 중동감기의 매개체라 이것을 그냥 쓰도 되느냐고 논란이다. 또 낙타를 들여와서 관람객들이 낙타 타기 체험을 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8월이 되면 다들 중동감기를 잊어버릴 때인데, 미리부터 걱정들이 많다. 이래저래 후유증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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