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도와주지는 않고 방해만하는 부류들도 있다. 지난 11일 국회 메르스 대책특위 첫 회의가 열렸는데,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보건·의료당국 요인들이 이 회의에 불려나가 7시간 가량 묶여 있었다. `발목잡기의 고수`들이 가장 화급한 메르스 방역에도 그 버릇을 못 버렸다. 이날 회의장 안에는 15명 가량, 회의장 밖에는 20명의 관계 공무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국회의원들의 따지기·호통치기는 습관성이었다. “전국적으로 실시간 음압병상 상황을 공유해야 하는데 아직 안 돼 있다”고 따지다가 “공유 돼 있다”는 대답이 나오자 머쓱해진 의원도 있었다.
한 야당의원이 “삼성병원이 뚫려서 전파자가 나오고 있다”고 하자, 정두련 내과과장이 “우리 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맞받아친 것이 괘씸죄에 걸렸다. 한 의원이 “이렇게 답변하는 걸 그대로 두고 보느냐”면서 “지도명령권을 발동해 응급실 폐쇄조치 뿐 아니라 삼성병원 전체를 폐쇄해야 한다”고 호통을 쳤다. 국회의원들의 甲질도 습관성이다. 그 바쁜 사람들을 불러다 놓고 꾸벅꾸벅 조는 의원들도 있었다.
보건소 직원, 격리병원 의료진, 119소방관, 경찰 등은 메르스 전선(戰線) 최전방에서 싸우는 전사들이다. 격리병실에 들어가는 사람은 발병위험을 감수하는 의료진 뿐인데, 고글, 마스크, 병호복, 양압호흡기 등의 장비를 착용한 채 24시간 교대근무를 한다. 보건소 직원들은 방문상담과 상담전화에 지쳐 있다. 전화상담원은 주·야간 12시간 근무를 하며 하루 평균 50통 이상의 전화를 받고 있다. 소방관들은 취약지대 소독에 투입된다. 그들은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이 일을 한다는 말도 못한다.
포항의 보건소 직원들도 상담전화에 시달리며 지쳐가고 있다. 매일 새벽 2~3시에 퇴근할 정도로 통화량이 많고, 메르스괴담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도 빗발친다. 최고 40분씩 전화통을 놓지 않는 상담자도 적지 않다. 조금이라도 짜증난 목소리를 내면 바로 욕설·막말이 터져나온다. 심지어 보건소까지 찾아와 따지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생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는 못할 망정 더 지치게 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