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전염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는 AI나 구제역과의 전쟁에서 간신히 `승전`했고, 사스와 에볼라를 무사히 막아냈지만, 그만 메르스에 뚫려버렸다. 이것은 “전쟁무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을 불러온다.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이 연이어 덮치는 전염병은 장차 어떤 재앙을 지구촌에 불러올지 알 수 없다. `지구재앙`을 예고하는 일들이 계속 나타난다.
미국 작가 맥스 블룩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이고, 2013년 영화화된 `World War Z`는 지구재앙을 그렸다. 전염병 같은 인류의 대재난이 세상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고, 권력과 사회규범이 사라진 후 인간이 살아남을 방법을 제시한 소설이다. 영화는 `좀비 바이러스`가 감염돼 `변종인류`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지구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데, 이에 맞서는 `제리`의 활약을 그렸다. 그는 군에서 바이러스 전담부대에서 근무했고, UN소속 역학조사관을 지내기도 했다.
강대희 서울의대 학장은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 질병관리본부 역학전문요원 (EIS) 과정을 2년간 이수한 `제리`같은 인물이다. “EIS는 행정능력, 정책입안능력,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지휘하는 프로듀서로서의 능력 등 총체적 자질이 요구된다. 그들은 질병의 원인과 본질을 추적하는 수사관이다. 미국 EIS의 연간 예산은 11조원인데, 우리나라는 전혀 없다. 이번에 우왕좌왕하다가 뚫린 것도 역학조사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 학장은 `역학조사관` 양성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필요한 `무기`라고 했다.
이번 메르스사태에서 정부당국과 국민들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아니라 `공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보건당국과 교육당국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겁을 먹은 교육부가 휴교조치를 내렸던 것은 매우 어리석은 정책이었다. 세계보건기구 합동평가단이 이를 두고 “비과학이 과학을 압도한 사례”라고 평가했고, 이에 따라 학교들이 수업을 재개했다. `병원감염`뿐인 메르스는 학교와 전혀 관계 없었는데, 학생들의 수업권만 뺏었다. 이런 사회적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역학조사관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