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정말 청정지역이기를 바랐던 그 기대가 깨어지니 허탈할 따름이고, 특히 그 환자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공무원은 일반 시민을 계도하는 입장에 있고, 누구보다 메르스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할 임무가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먼저 걸렸다는 사실은 “정말 개념 없는 공무원”이란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과거 한때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말이 유행했었는데, 그것이 지금 재현되고 있으니,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까 걱정이다.
대구시 남구 주민센터에 근무하던 K씨(52)는 어머니의 허리병 때문에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을 다녀왔고, 다음날 현대아산병원에 들렀다가 KTX로 대구에 왔는데, 대전에 살고 있는 누나와 동행했으며, 그녀 또한 K씨와 같이 양성판정을 받아 대전 모병원 음압실에서 치료중이다. K씨는 발열 등 이상증세를 느끼면서도 의료기관에 신고하지 않았고, 회식 모임에서 술잔을 주고 받았으며, 목욕탕까지 갔다. 그러던 중 증세가 심각하게 느껴지자 비로소 의료기관을 찾았고, 1차·2차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게 됐다.
다행히 그의 가족들은 음성으로 나와 일단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K씨가 밀착 접촉을 한 사람은 3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그 중에서 지병이 있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발병 가능성이 있으니 걱정이다. K씨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 사람들은 각별히 조심해서 `발병`까지 가지 않고 가볍게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예로부터 “병은 자랑하라”고 했지만, 전염병에 관한 한 자랑하는 사람은 없다. 심정적으로 “걸렸구나”하고 판단이 서더라도 남들이 모르게 자가치료를 하려 한다. 그래서 메르스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것이다.
상(喪)을 당한 사람에게 문상을 가는 일이나, 입원한 사람을 문병하는 일을 우리는 미풍양속으로 여겨왔다. 슬픔과 아픔을 한께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염병에 관한 한 문병(問病)은 악덕이다. 그리고 1인실을 특실이라 해서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것도 탈이다. 선진국들에는 그런 문화가 없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최대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병원문화도 이제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