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K병원에 다니면 손을 들라”고 해서 의료인의 자녀를 조사했다고 하며,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의 자녀를 조기 귀가시켰다. “그런 아이들과 놀지 마라”는 부모도 있다. 메르스 확진이 나왔거나 환자가 다녀간 병원의 의료진들은 언제 바이러스에 노출될 지 모르는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자녀들까지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으니, 의료인들은 2중·3중의 적과 싸우는 중이다. 심지어 어떤 아파트 단지는 “의료인들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몰상식하고, 극단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있지만, 우리 의료진들은 `태극기 휘날리며` `포화속에서`묵묵히 임무를 수행한다. 얼마전 에볼라가 번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우리 의료진이 자진해서 달려가기도 했다. 한국에는 슈바이처와 이태석 신부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로비 전광판에는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환자 곁에 있을 겁니다”란 글이 떠 있다. 이 병원 최모 간호사가 직원 식당 게시판에 써 놓은 글을 올린 것이다. 한 줄의 글이 그 어떤 웅변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 의료인들은 이런 정신을 가지고 있다.
한림대 통탄성심병원의 김현아(41) 간호사는 정성으로 간호하던 환자가 별세하자, “그녀를 격리실 창 너머로 바로보며 저는 한 없이 사죄해야 했습니다. 미리 알지 못해 죄송하고, 더 따스하게 돌보지 못해 죄송하고, 낫게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란 글을 썼다. 그리고 “N95마스크를 쓰고, 방호복을 겹겹이 입고, 환자를 돌본 뒤에는 손이 부르트도록 씻는다”고 했고,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마스크와 방호복을 입는 것이 가장 힘들다. 숨 쉬기 어렵고, 화장실 가는 것도 고역이다”라고 했다. 찜통더위 속에서 온몸이 땀에 젖는다.
메르스사태가 예상외로 길어진다. 의료진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염위험도 높아진다.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이 시급하다. 군병원의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일도 생각해볼 일이다. 그리고 이 사태가 마무리된 후에는 이 살신성인의 의료인들을 표창하고 훈장이라도 내려야 한다. 그들이 바로 `진정한 영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