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자

등록일 2015-06-19 02:01 게재일 2015-06-19 19면
스크랩버튼
요즘의 양상을 적절히 표현한 말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눈이 내린 위에 서리까지 덮였다. 메르스가 장기전을 편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한국형 메르스`라는 변종이 아닌가 해서 역질전문가들이 예의 분석중이다. 메르스가 이렇게 빠른 전파력을 보인 적도 없다. `초기대응 잘못`에만 책임을 돌리기에는 바이러스가 너무 강하다. 건강한 젊은이까지 걸리니, 우려가 점점 공포로 변해간다.

가뭄이 또 문제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대기가 남태평양에서 올라오는 저기압을 가로막아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비바람이 불고 구름이 두껍게 덮이면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지만, 빗방울은 끝내 보이지 않는다. 예년에는 여기 저기에서 기우제를 지냈지만 올해는 그마저 포기한 모양이다. 비가 내려 습도를 올리고 기온을 내려야 메르스도 숙질 것인데, 기상이 이러하니 국민들도 자포자기에 빠진 것 같다.

물가도 이상징후를 보인다. 메르스 때문에 시장의 매기가 바닥권인데, 매기가 없으면 당연히 가격이 내려야 할 것이지만 오히려 올라간다. 가뭄때문에 농작물 생육이 부진하고 출하량이 적어진 탓이지만, `농업의 해갈이`가 주원인이다. 지난해 과잉 경작으로 값이 폭락했으니 올해는 그 반대현상이 일어난다. 적게 가꾼 데다가 생육이 부진하니 출하량이 적고 그러니 가격이 올라간다. 가격동향이 파악되면 중간상인들이 준동한다. 매점매석이 가격폭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서 수입물량을 늘려 소비자를 보호할 것이다.

양파는 지난해보다 80% 올랐고, 무는 66%, 배추는 80%, 마늘은 45%, 대파는 36% 올랐다. 이달 말까지 비 다운 비가 오지 않으면 가격은 더 뛸 것이다. 고랭지 채소가 가뭄으로 흉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방헬기로 강물을 퍼다가 뿌리지 않는 한 고랭지 채소를 살릴 방법이 없다. 채소가격이 뛰니 수산물과 삼겹살 가격도 뛴다. 삼겹살은 25%, 오징어는 33%, 고등어는 35% 뛰었다. 소비는 줄어드는데 가격은 올라가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대구의 공직사회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대구 남구청 주민센타공무원들은 함께 근무하던 직원이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는 날 주민 30명과 함께 회식을 하고 술도 같이 마셨다. 질병본부가 제시한 메르스 메뉴얼을 완전히 무시한 행동이었다. 확진판정을 받은 공무원은 물론 같이 근무하던 공무원들 역시 주민들에게 고의로 전염시키기로 작정을 한 게 아닌가. 참으로 `개념 없는`모습이고, 이해하기 힘든 처신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리자. 설상가상의 우환속에서 모두가 우왕좌왕하면 더 무서운 수렁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우리나라는 `성장통`을 치러내고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