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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희망은 있다

등록일 2015-06-26 02:01 게재일 2015-06-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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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가 온통 우울함과 답답함으로 가득차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숨을 쉬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끼는 일상이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겼다. 크고 작은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휴일에도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은 작년의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고한다. 그 직격탄은 온전히 국내 소상인들이 받고 있다. 졸지에 매출이 반 토막 나고곧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할 때 건물주로부터 “이번 달 월세는 반만 내세요”라는 통보를 받는다면…. 요즘 같은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자기가 응당 받아야 할 몫의 절반을 포기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건 동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일 것이다.

그런 꿈같은 일이 청주시 상당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메르스여파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분들을 위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이달 월세는 반값만 받겠습니다.” 건물주가 세입자 7명에게 보낸 단체 메일 내용이다. 이 건물주는 지난 20년 동안 월세를 단 한 번도 올린 적이 없고,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는 세입자들에게 선물까지 챙겨줘 평소에도 착한 집주인으로 통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배려 덕에 이 건물에서 장사하는 세입자들은 장기간 터를 잡고 안정되게 장사를 할 수 있었고, 사업이 번창해 자기 건물을 사서 나간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건물주는 “월세를 안 받고 싶었지만 건물 유지비가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절반은 받기로 했다”면서 “세입자들이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생활해 생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 각박하고 암울한 세상에서 마음을 덥히는 따뜻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갑`으로 통하는 건물주가 `을`인 소상인들에게 베푼 이 배려는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따뜻한 자본주의`의 살아있는 교본일지도 모른다.

지난 23일 퇴근 시간대에 울산시 무룡터널에서 발생한 6중 추돌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구급차와 소방차를 위해 터널을 꽉 채운 차량들이 양쪽 벽면으로 바짝 붙어 길을 터준 이른바 `울산판 모세의 기적``은 우리 사회 시민의식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비슷한 상황은 지난달 27일 성남시에서도 있었다. 수면제를 삼킨 생후 9개월 된 아이를 싣고 병원으로 달리는 경찰 순찰차에 러시아워 시간임에도 신속히 길을 양보해준 수많은 차량들 덕에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이익만 챙기려 혈안이 돼 있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반대로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라면 희망의 씨앗은 곳곳에서 움틀 것이다. 반값 월세, 의료진 응원, 모세의 기적에서 우리는 그 희망의 싹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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