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쿠바 국민보다 쿠바를 더 사랑한 작가`였다. 쿠바 관광산업 활성화에 헤밍웨이보다 더 기여한 사람은 없다. `노인과 바다`그 현장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쿠바를 찾았고, 그가 집필했던 집은 필수 관광코스였다. 양국이 마침내 국교를 다시 열었으니, 그것은 `헤밍웨이정신을 나눠 가진 양국`의 깊은 인연이 징검다리가 된 때문이다.
`노인과 바다`의 주제는 `빈손`이다. 악전고투 끝에 청새치를 낚지만, 항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상어떼를 만나고 결국 고기는 뼈만 남았다. 청새치를 낚는 과정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노인이 살아온 과정이 묘사된다. 힘들게 살아온 인생에서 남는 것은 `앙상한 뼈`뿐임을 보여줌으로써 이 작품은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미국과 쿠바 양국의 각성을 유도해 냈다. 서로 싸워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각이다.
미·쿠바 교류는 한·쿠바 외교를 촉진시킨다. 한국과 쿠바는 그동안 문화외교를 틔워왔다. 작가들이 오가며 도서전과 미술전에 참가하고, 최근에는 서울과 쿠바에서 문화예술축제를 열었다. 이제는 정치·경제외교에서 보폭을 넓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긴장하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과 쿠바는 1960년부터 수교해왔고, `혁명1세대`의 인연도 매우 끈끈하다. 그러나 실리외교 시대에 `옛우정`만으로 버틸 수는 없다. 그래서 외교관들을 잇달아 쿠바에 급파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남북 간에 비정치적 문제를 놓고 교류를 틔우자는 의견이 비등한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2010년부터 한국의 녹화물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 영상물을 보다가 들키면 처형당하고, 가격도 비싸지만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한다. 뇌물이 잘 통하는 북한이라, 적발돼도 뇌물로 빠져나가고, 장마당 장사를 통해 돈을 모은 `돈장이`들이 많아 영상물은 잘 팔린다고 한다. 어릴때부터 한국의 라디오를 듣고 영상물을 보면서 “북한의 선전이 전부 거짓말”임을 알고 탈북한 사람도 있다. `문화의 전파력`을 막을 길은 없다. 막으면 더 빨리 퍼지는 것이 문화예술이다. 북한의 문화예술 수준은 매우 높다. 남한과 겨루어 꿀릴 것이 없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여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