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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예술에 대한 걱정

등록일 2015-07-08 02:01 게재일 2015-07-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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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을 `추로지향`이라 부른다. `추나라`는 공자가 태어난 곳이고, `노나라`는 공자가 활동했던 곳이다. `추로지향`이라 새긴 비석이 도산서원 입구에 서 있다. 공자의 학풍을 퇴계가 이어받았다는 뜻이다. 안동은 `인문학의 수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안동은 `예술`보다 `학문`에 방점이 두어진다. 현대의 도시는 산업과 학문과 예술이 고루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안동은 예술에서 걱정스러운 점이 보인다.

`안동영화예술학교`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2012년 개교 당시에는 신입생이 22명이었는 데, 지난해에는 13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고작 2명에 그쳤다. 접근성이 나쁘고,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고, 교장 A씨가 영화 제작에 사용될 지자체 보조금 사기사건에 연루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 A씨는 허위정산 내역을 안동시에 제출해 4억원을 편취하고 영화를 제작하고 남은 1억원을 관계자들과 나눠 가진 혐의로 현재 재판중이다.

이 학교가 제작한 영화 `왔니껴`등 5편의 영화는 시민의 외면을 받았다. 관객 수백 명을 불러들였을 뿐이다. 제대로 된 작품이 아니었다. 제작비를 빼돌렸으니 온전한 영화가 될 리 없었다. 영화의 질은 투입된 제작비와 거의 비례한다. 관객들은 바보가 아니다. `날림 영화`에 감동할 리 만무하다. 안동시 관계자는 “내년 4월 민간위탁 운영기간이 만료되면 운영전반을 재검토해 폐교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폐교`까지 거론한다. 안동을 한국학과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로 만들 계기를 마련하고도 이를 무산시키고 있다.

안동시가 시립미술관을 지으면서 특정 화가의 이름을 넣어 `안동시립하종현미술관`으로 하겠다 해서 물의가 빚어진다. `작품 기증` 등을 이유로 그 화가의 이름을 넣는 것은 이미 대구와 경주에서 말썽을 빚은 적이 있다. 대구시는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우환 이름을 넣은 미술관을 지으려다가 무산됐고, 경주시는 박대성 화백의 이름을 넣은 시립미술관을 지으려다가 화가들의 반대로 미술관 명칭을 바꾸었다. 안동 화가들은 “제1세대 작가들의 작품들이 아직 미술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데, 특정인만을 위한 시립미술관을 지을 수 없다”고 했다.

시립미술관은 `그 지역 미술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작가의 작품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대별 화가들의 작품을 고루 전시해서 지역미술의 변천과정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시립`의 역할이다. 작품의 가치 혹은 가격은 `작품의 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명성`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작가들은 그 명성에 집착한다. 미술관 명칭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기를 바라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인데, 행정기관은 이에 휘둘리지 말고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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