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기구(FAO)는 북한의 가뭄피해를 감안, 곡물 생산량 추정치를 전년 대비 24.4% 감소한 27만7천t으로 낮췄다. 북한정부는 7월부터 1인당 식량 배급량을 하루 410g에서 310g으로 줄였다. 가뭄피해에 설상가상으로 홍수피해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라 북한 인민들의 굶주림은 올해 더 심각할 것이란 전망이다.
30여년 전 전두환정부 시절 우리가 홍수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그때 북한은 `조건 없는 쌀지원`을 제의했고, 우리 정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남한에 보낼 쌀을 모으기 위해 북한 인민들은 `공출`을 해야 했다. 남한에서 사양할 줄 알았는데, 선뜻 수용하는 바람에 북한은 적잖이 놀랐을 것이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더 심각한 식량난을 겪어야 했다. 당시 수해를 입은 가정들이 북한의 그 눈물어린 쌀을 받아 떡을 빚어서 직장 동료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우리는 이제 그 `피눈물 어린 쌀빚`을 갚아야 한다. 북한 당국자들은 `당장 굶어 죽어도 자존심만은 지키는`DNA를 가졌다. 우리의 대북관계가 늘 `북한의 자존심`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최고존엄`을 옹위하는 것도 그 자존심의 일환이다. 그리고 대북외교는 늘 `앞면과 뒷면`이 다르다는 점도 간과해서 안된다. 앞으로는 자존심과 존엄을 지켜주고, 뒤로는 다른 모습의 협상을 진행시켜야 한다. 대북관계가 항상 `비밀주의`로 흐르는 이유다. 북한이 입으로는 말폭탄을 퍼붓지만 등뒤로는 손을 내민다.
지금 세계의 큰 흐름은 `변화와 협력`이다. 반세기 넘는 세월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쿠바가 손을 잡고, 중국과 대만이 교류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같은 세계의 흐름을 북한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 진단하면서, 남북관계가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보건·의료 협력, 개성공단에서의 모자보건 사업, 탁아소 증축, 영유아·임산부 임산부 지원, 결핵치료 등에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진~하산 물류사업, 나선~훈춘 물류단지 활용 등 남북이 공동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이 진척되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탈북민·탈북청소년 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 그들이 잘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밀주의와 자존심을 감안해서, 비공개·조건 없는 지원을 통해 공동이익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