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는 권력자들의 부패에서 비롯됐는데, 메르스파동은 무능한 관료들의 무사안일이 빚은 결과다. 전문인력이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조기에 잡을 수 있었는데, 그만 국제 망신에, 나라경제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국제적·국내적 요인이 겹쳐 경제성장률은 2%대로 하향조정할 판인데, 이를 추스릴 추가경정예산을 두고도 여야가 대치한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성 예산이 끼어 있다는 야당의 반발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도 불신의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정부 여당이 하는 일에는 일단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최근에 또 하나의 불신풍조를 키울 일이 생겼다. 바로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이다.
감사원은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기업과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를 대상으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 “36조원을 투입했지만 안정적인 자원을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3개 공기업은 48개 사업에 46조6천억원의 추가 투자 계획을 갖고 있어서 이대로 진행되다가는 결국 재무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정부와 공기업들이 하는 일을 도무지 믿을 수 없으니 우려는 더 심각해진다.
`지방 규제 개혁 평가`도 엉터리 자료를 사용하는 바람에 지자체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잘못된 자료를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국토부 담당자들은 출장을 핑계로 자리를 비우거나, 설득력이 전혀 없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지난달까지 진행된 자료를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 할 것인데, 국토부는 지난해 말까지의 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그 때문에 포항시는 `억울한 C등급`을 받고 구미시도 같은 처지에 몰렸다. 두 도시 다 산업도시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해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시민들은 의아해 했다. 포항시는 지난달 9일에 건축조례 8건을 개정했으니, 자료를 제대로 적용했다면 B등급에 해당된다. 국토부 담당 부서를 엄히 문책해야 할 사건이다.
그러나 또 한편 울릉군은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S등급에는 12개 지자체가 들어갔는데, 그 속에 울릉군이 포함된 것이다. 규제 개선 과제 정비율이 전국평균 40.8%인데, 울릉군은 86.7%나 됐다. 포항시와 경북도는 억울한 판정을 받았지만, 원망하기보다 개혁의지를 더 불태우자고 결의한 자세는 S등급에 들만했다. 이재춘 포항시 부시장은 “더 열심히 챙기겠다” 했고, 경북도는 “속도 높이는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성숙된 자세가 믿음직스럽다.